금융위원회가 3차 상법 개정에 맞춰 상장회사의 자기주식 보유·처분 공시를 한층 강화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도입된 만큼, 예외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하거나 처분하는 경우 그 계획뿐 아니라 실제 이행 현황까지 시장에 더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30일 “자사주 원칙적 소각 제도화에 맞춰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하위규정 개정안을 마련하고 31일부터 5월 11일까지 입법예고와 규정변경예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상장회사는 6일 공포·시행된 3차 상법 개정으로 원칙적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내 소각해야 하며, 법 시행 전 취득한 기존 자사주는 1년 6개월 내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이나 경영상 목적 등 예외적 활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을 작성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공시 대상 확대다. 지금까지는 자기주식을 1% 이상 보유한 상장회사에 한해 자사주 보유현황·처리계획 공시 의무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모든 상장회사로 넓어진다. 또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은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뿐 아니라 그 계획에 따른 실제 이행 현황도 연 2회 공시하도록 해 투자자와 일반주주가 자사주 활용 실태를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시장에서는 이미 자사주 소각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금액은 2023년 4조8000억 원에서 2024년 13조9000억 원, 2025년 21조4000억 원으로 커졌다. 같은 기간 자사주 매입 금액도 8조2000억 원, 18조8000억 원, 20조1000억 원으로 증가했는데, 2025년에는 연간 소각 규모가 매입 규모를 웃돌았다.
이 같은 흐름은 개별 기업 공시에서도 확인된다. 삼성화재는 20일 보유 자사주가 기존 660만1000주, 비중 13.4%에서 514만5000주, 10.8%로 줄은 것으로 공시했다.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계획에 반영됐던 예상 소각분이 실제 공시로 이어졌다. 현대해상도 같은 날 자사주가 1098만5000주, 12.3%에서 772만8000주, 7.0%로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임직원 지급분을 제외한 소각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통주식 수가 줄면 주당 가치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회사가 남는 자본을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명확히 줄 수 있어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부작용도 함께 거론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과 주당가치 개선 측면에선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한 번 소각한 자사주는 다시 꺼내 쓸 수 없는 만큼 향후 자본정책 운용 폭을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사주는 그동안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나 전략적 대응 여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해온 만큼, 소각 의무가 강화되면 적대적 인수합병 국면에서 기업 방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법률·재계에서도 자사주 의무 소각이 전통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을 구조적으로 제한하고, 기업의 전략적 자원 활용 여지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한편 금융위는 자사주 취득·처분·소각 계획과 실제 처리 현황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공시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시 서류에 당시 사실과 다르게 허위로 기재한 경우에는 주의·경고, 과징금, 증권발행 제한, 임원 해임 권고 같은 행정처분은 물론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개정 상법에 따라 자사주 취득을 위한 신탁계약 기간 중에는 자사주 처분이 금지되고, 신탁계약 종료나 해지 시에는 지체 없이 위탁자에게 반환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에 맞춰 신탁업자가 계약 기간 중 자사주를 처분하지 못하도록 규율을 강화하고, 자사주를 대상으로 한 교환사채 발행 관련 규정은 삭제하기로 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시장 매도 방식은 제한하되 상대방이 특정되는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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