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가 판매한 감기약으로 필로폰 제조에 악용되자 대한약사회는 한약사의 위법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약사도 필로폰 원료로 사용된 감기약을 대량판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한한약사회는 한약사만 범죄자로 몰아간다며 ‘파렴치한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4일 한약사뿐만 아니라 약사도 필로폰 제조에 사용된 감기약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마약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 전화통화에서 “약사 2명도 각각 5000통, 1000통의 감기약을 판매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다만 판매 과정에서 마약 제조에 사용된다는 점까지 인지했는지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필로폰 재료가 된 의약품은 감기약에 함유된 슈도에페드린이다. 감기약으로 제조한 필로폰은 1.36kg에 달하며 약 42억 원어치다. 특히 한약사 A씨는 의약품이 마약 제조에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도 아파트 주차장 등 약국 밖에서 총 1만 610통을 판매했다. 사건에 연루된 인원은 한약사 3명과 약사 2명으로 일반의약품 판매 관리 부실 사태가 특정 직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님이 드러났다.
대한약사회는 한약사의 면허범위 밖 일반의약품 판매 문제로 규정했다. 특히 해당 한약사가 약국 외 판매를 저지르고 약국 실장의 무자격자 판매 행위까지 지적하며 개설자의 관리·감독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약사가 슈도에페드린 성분 일반의약품을 판매해도 되는지 보건당국에 요구했다.
대한한약사회는 약사회를 향해 “파렴치한 이중잣대를 거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한약사회는 “약사도 연루된 마약 사건을 한약사만의 범죄인 것처럼 몰아가지 말라”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감추고 한약사 전체를 범죄집단으로 매도하는 비열한 선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위법행위가 확인된 회원에 대해 윤리위원회 회부 등 최고 수위의 징계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섰다.
약사회는 한약사의 업무 범위를 약사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한약과 한약제제로 구분 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약사회는 현행 약사법 제20조가 약사와 한약사 모두에게 약국 개설 자격을 부여하고 제50조 제3항이 약국개설자의 일반의약품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는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한약사회는 개인의 범죄를 직역 전체의 문제나 면허제도 자체의 결함으로 매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나타냈다. 또한 “유통질서 전반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은 외면한 채 특정 사건을 부각해 한약사 권리를 제한하려는 것은 국민보건을 앞세운 저급한 직역 이기주의”라며 “갈등을 넘어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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