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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일해야 할 30대 청년 중 33만여 명이 그냥 쉬고 있다고 한다. 충격적이다. 국가데이터처와 경총의 고용 동향에 따르면 ‘그냥 쉬고 있는’ 청년 중에선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보다는 취업을 경험했다가 구직활동을 중단한 청년이 더 많았다. 2월 집계된 ‘그냥 쉬었음’ 청년 50만4000명 가운데 36만 명(71.4%)이 취업 경험이 있는 이들이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이런 현실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불붙고 있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높이자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연내 처리를 강하게 촉구하면서 경영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양대 노총은 보편적이고 일률적인 법정 정년 연장, 65세 법정 정년 연장 법안 정기국회 통과, 고령자 고용안정 환경 구축 및 조기 퇴직 관행 근절, 청년과 고령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년 연장은 시대 흐름이기에 거부할 수 없는 과제다. 한국은행의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부머 세대에 속하는 954만 명(1964~74년생)이 올해부터 법정 은퇴 연령에 진입했다. 2023년 말 기준 전체 인구의 18.6%로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 705만 명보다 35.3% 많은 수준이다.
과제는 2차 베이비부머가 은퇴 이후에도 생애에 걸쳐 축적한 인적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예컨대 고령층의 재고용 의무화·법정 정년 연장·탄력적인 직무·임금 체계 도입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청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정년제’가 운영되는 국가는 사실상 일본과 한국뿐이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 등은 정년제를 연령차별로 보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상황이 더 나은 편이다. 일본은 2013년부터 정년을 65세로 높이고, 2021년부터 직원의 취업 기회를 70세까지 보장할 것을 의무화한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시행하고 있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 나이가 65세로 일치한다. 그러나 한국에 사는 60세 퇴직자는 3~5년의 소득 공백을 견뎌야 한다.
문제는 고령 사회에 대비한 정년 연장이 오히려 청년 일자리 축소 우려를 사면서 세대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이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려면 정년 연장에 연동해 임금을 낮춰야 한다. 임금피크제처럼 정년에 가까운 일부 고연령층의 임금만 깎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새로운 정년이 적용되는 모든 근로자의 임금을 낮추는 방식이어야 한다.
사실 경영계는 투자와 고용 위축, 특히 인건비 비중이 큰 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령자 고용을 통해서 부담해야 할 직간접적인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와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년 연장의 시계가 빨라지는 가운데 노동시장 전반을 고려한 노사 절충안 마련이 요청된다. 정부와 정치권·시민사회단체는 가장 취약한 고령자들이 정년 연장의 영향권 밖에 있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고용의 질을 개선하고 빈곤 위험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결국 어떻게 정년 연장을 추진해야 잠재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고령자 고용 확대와 빈곤 완화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세대 간 연대와 포용 정신에 기초해 경제사회 정책 큰 틀에서 일괄 타결로 풀어내는 사회적 대타협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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