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차관 한국대사에게“대결적 정책 재검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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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위 인사들 반러시아 발언 용납 불가”

곽수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7 11:40:22

▲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이도훈 주러 한국대사와 면담을 했다. 연합뉴스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주러시아 한국대사에게 한국 정부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결적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27일 이도훈 주러시아 한국대사와 만나 최근 틀어진 한국과 러시아 관계에 대한 책임이 한국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27일 루덴코 차관과 이 대사의 면담 내용을 외무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 대사를 통해)한국 당국에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촉발하는 대결적인 정책을 재검토하고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안정, 화해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길을 택하기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수십 년간 쌓아온 건설적 협력의 산물이 파괴된 것은 한국의 현재 지도부 탓이라고 책임을 한국 측에 전가했다. 러시아는 18·19일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북러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과 관련하여 양자 협력 발전에 대한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반러시아적 발언’을 용납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6·25전쟁 74주년인 25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및 러시아와의 조약 체결과 관련해 “역사의 진보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군사동맹에 준하는 북·러 조약 체결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23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 방침과 관련해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는가”라며 “러시아 측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러시아 측은 이 같은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을 반러시아적으로 규정하고 문제 삼은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어 “러시아와 북한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한다는 근거 없는 비난은 러시아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동북아에서 미국 중심 군사 블록을 구축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쇠퇴하는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공격적 계획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현재 주러 한국대사관은 이 대사와 루덴코 차관의 면담과 관련한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한국 대통령실이 북·러 조약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한국의 성급한 조치에 대해 경고하고 싶다”고 단언했다.

더 나아가 “러시아는 한국 무기와 군사장비가 러시아 영토 공격과 평화로운 민간인 살해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신(新)나치로 넘어가는 것을 무관심하게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한·러 관계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한편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스푸트니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약은 한반도 및 역내 전체 문제를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하기를 바라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국가들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고 말했다. 한국과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면서도 동북아 지역 상황을 약화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곽수연 기자 sykwa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