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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24 대통령선거 첫 TV토론 직후 ‘조 바이든 대통령 완패’ 평가 속에 후폭풍이 거세다. 바이든은 강한 완주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재점화된 민주당 후보 교체론과 이를 위한 영부인 질(73) 여사의 역할에 눈길이 쏠린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대체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후보교체 현실화가 공화당 측에 불리하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오랜 정치 인생이 하필 비호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토론으로 끝나길 바이든 부부 모두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반세기 정치인생 중 최악일지 모를 두 번째 대선 도전에서 향후 어떤 일이 일어나든 늘 그녀(질 바이든)가 결정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질 여사는 1973년 바이든의 첫 선거(상원의원) 당시 캠프 자원봉사자였다. 당선 직후 아내와 젖먹이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바이든을 보필하다 그의 두 번째 아내가 됐으며 남편의 반세기 정치인생에서 모든 결정에 깊이 관여해 왔다. 세 자녀(전처 소생 아둘 둘과 재혼 후 태어난 딸)의 양육과 정치인 남편 내조 외 영어교육학 박사로서 커리어도 키웠다. 13년간 고등학교 영어‧독서 교사로 일했고 1993~2008년 델라웨어 테크니컬커뮤니티칼리지(DTCC) 영어‧작문 강사를 거쳐 2009년 이래 노던버지니아커뮤니티칼리지(NOVA) 교수다.
NYT에 따르면 토론 직후 공황 상태에 빠진 민주당 지지자들이 제일 먼저 떠올린 게 질 여사와 접촉할 방법이었다. NYT는 주요 후원자 중 한 명인 존 모건의 말을 빌어 “최종 결정에 가장 중요한 목소리” “남편을 뜨겁게 사랑하고 그의 모든 것을 아는 존재”로 그녀를 표현했다. 바이든 참모들이 말해 온 것과 거리가 있다. 질 여사의 독보적 영향력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최종 결정을 대통령 스스로 한다”는 게 그들의 공식 입장이었다.
‘노인(바이든)에게 힘든 행보를 강요했다’거나 ‘남편의 건강문제를 숨기려 했다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등 질 여사도 자신을 향한 비판적 시각을 모르지 않는다고 NYT가 짚했다. 그러나 이번 토론과 관련 평판을 지켜보면서도 질 여사의 자세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남편을 열렬히 옹호하며 끝까지 갈 태세다. 영부인 공보 담당인 엘리자베스 알렉산더가 “바이든 대통령은 이기고 싶어하며 질 여사도 남편과 국가를 위해 그것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 주요 언론 칼럼니스트들이 질 여사를 바이든 자진 사퇴에 결정적 변수로 보며 발언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바이든이 무리한 재선 도전 강행 배경으로 질 여사를 꼽았고, 린든 존슨 제36대 대통령(1961~63 재임)의 부인 클라우디아가 남편의 건강문제를 들어 재선 포기를 이끌어 낸 사례를 언급했다.
현 상황이 공화당에겐 공격의 소재다. 질 여사가 토론을 마친 남편 손을 잡고 연단 아래로 인도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자 칩 로이 하원의원(공화·텍사스)은 엑스(X·옛 트위터)에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누가 군 통수권자인가?” 물었다. 해리엇 헤이그먼 하원의원은(공화·와이오밍)은 “오늘 밤 질 바이든과 바이든 캠프가 한 짓은 노인학대”라고 꼬집었다.
한편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만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젊은 후보로 교체된다면 공화당 승리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29일(현지시간) 말했다. 그녀는 이날 보도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지난달 27일 대선 후보 첫 TV토론 관련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이었다”며 민주당 내부로부터 후보 사퇴 요구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헤일리 전 대사는 바이든이 ‘사고의 흐름과 할 말의 주제·맥락을 놓치는 방식’ 등에 놀라움을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 주변과 그의 행정부 내 사람들이 줄곧 ‘대통령 상태 괜찮다, 훌륭하다’고 말해 왔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목격한 것”이라며 바이든 보좌관들이 유권자들에게 그의 정신적 노화를 일부러 숨겼다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어 “민주당이 현명하게 대처할 것이다. 이대로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기에 더 젊고 활기차고 검증된 사람을 데려올 것”이라며 공화당은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2세인 헤일리 전 대사는 자신이 상대적으로 젊은 점을 내세워 한때 공화당의 대안 아이콘으로 떠올랐으나 3월 트럼프의 예비선거 압승 직후 경선을 포기했다.
미 언론 헤드라인에 “악몽” “재앙” 단어가 즐비한 가운데 토론 이튿날 바이든은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를 찾아 승리를 외치며 힘차게 연설했다. “옛날만큼 편안히 걷지도 토론을 잘하지도 못하지만 진실을 어떻게 말할지 안다. 잘못된 일과 옳은 일을 구별할 줄 알며 이 일(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완수해야 할지 안다”고 역설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바이든을 엄호했으며 제임스 클라이번(민주당 원내부대표)도 바이든 사퇴론 질문이 취재진에서 나오자 “끝까지 가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는 유세 현장에서 “어젯밤 이른바 토론, 보셨나요? 큰 한방이었죠”라며 우위를 자축했다.
2024년 대선 첫 TV토론을 약 4800만 명이 동시 시청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으며(2020년 7300만 명 시청) 더구나 이번 시청자 4800만 명 중 18~34세 인구가 390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더블헤이터(두 후보 모두 비호감)가 적지 않으며 젊은층의 관심도 또한 떨어진 상태다. 미국에서 대선 TV토론이 시작된 1960 이래 최고 시청률은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결한 2016년 때의 8400만 명이었다.
CNN은 이번 토론에서 두 후보가 언급한 내용을 펙트체크한 결과 “트럼프가 30개 이상의 허위 주장을 내놨다”며 “바이든에게 틀린 내용이 단 9개 확인됐다. 진실성에선 바이든이 이겼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와 CNN의 악연은 재임시절부터 유명하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CNN은 황금시간대 25∼54세 시청자가 9만4000명에 불과하다. 최근 1991년 이래 가장 부진한 CNN 평균 시청률과 선명한 정치적 편향성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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