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인뱅’ 7년 금융혁신·포용금융 몯젤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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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성장률 55% 등 괄목할 만한 성장 이뤄
금융혁신 시대에 혁신 한국 금융 대들보 되길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01 06:31:30

한국에 2017년 처음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이 설립되었다. 올해로 7년이 된다. 한국에 인뱅이 도입되기 전 이미 미국·유럽은 물론이고 중국·일본에도 인뱅이 도입되어 활발하게 금융 혁신을 주도하고 있었으나 당시 한국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특히 2007년 언제 어디서나 시공을 초월해서 인터넷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목 좋은 사거리 큰 건물에 자리잡고 영업을 하던 종래의 전통적인 금융에서 혁신적인 ‘플랫폼 금융 시대’가 열릴 것이 확실하게 전망되는 상황이었는데도 금융 규제가 많은 한국에서는 요지부동이었다.

당시 요지부동으로 보였던 금융 규제를 돌파해 2017년에 인뱅이 처음으로 설립된 데는 한국금융ICT융합학회의 노력이 컸다. 학회는 우선 해외의 인뱅 현황을 돌아보기 위해 2016년 영국 런던과 2017년 중국 상하이 알리바바의 마이뱅크 등 해외 유수 핀테크 인뱅 금융당국을 탐방하고 국회에서 귀국 보고회를 개최하는 등 학계 차원에서 인뱅 탄생의 산파역을 톡톡히 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산분리(金山分離·은행의 산업 자본 소유를 금지하는 원칙) 규제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KT가 K뱅크를,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를 설립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넘기 힘든 ‘넘사벽’으로 여기던 때였다. 좌파 정치인들은 인뱅이 설립되면 대기업의 사금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열을 올렸다. 그러나 거의 매월 세미나·심포지움을 개최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인뱅 도입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2017년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탄생하고 이어서 2021년 토스뱅크가 탄생했다.

설립 당시 과연 인뱅이 금융혁신의 메기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찬반 논쟁도 없지 않았지만 7년 만에 총자산이 100조 원에 육박하고 총가입자가 4200만 명을 넘어서고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1인당 충당금적립 전 이익이 6억1400만원으로 KB국민·신한·우리 등 4대은행의 3억3000만 원 보다 2억8100만 원이 많은 등 생산성 격차가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인뱅은 2017년 영업을 시작한 후 연평균 성장률이 55%에 달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 과정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은행산업의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 총자산이 23년 말 기준 카카오뱅크(54.5조 원)·케이뱅크(21.4조 원)·토스뱅크(25.7조 원)으로 경남(50.8조 원)·한국씨티(38.3조 원)·광주(29.8조 원)·전북(22.8조 원)·제주(7.1조 원)은행 등에 비해 크다. 당기순이익은 23년 말 기준 카카오뱅크 3245억 원으로, 한국씨티(3379억 원)·SC제일(4232억 원)·대구(3542억 원)·경남(3038억 원)·광주(2771억 원)·전북(1701억 원)·제주(130억 원)은행과 비교해서도 양호한 편이다. 케이뱅크(21.4억 원)·토스뱅크(25.7억 원)는 아직 적은 편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신규 취급 규모(23년 중)가 5대 은행이 4.1조 원인데 비해 3개 인터넷은행이 5.96조 원으로 5대 은행의 취급 규모가 인뱅의 68.8%에 불과할 정도로 인뱅의 포용금융 실적이 우수하다. 특히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해 기존 금융이 대출하기 꺼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도 30% 수준을 기록하는 등 포용금융면에서는 기존 은행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앞서가고 있다. 전통적인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극복하기 위해 모바일 금융을 확대하는 등 7돌을 맞는 인뱅들이 금융혁신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되자 기존 금융권에서 동일 기준 동일 규제·플랫폼 공정화 문제 등을 들고 나서며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혁신하는 금융을 혁신이 더딘 금융의 잣대로 규제하고자 하는 발상은 그렇지 않아도 선진국 초입에 진입한 국격에 맞지 않게 더딘 금융혁신을 저해해 금융산업발전을 지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핀테크가 테크핀으로 발전하고 나아가 아마존·구글·알리바바·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인뱅은 뒤에서는 기존 금융권이 발목을 잡으려 하고 앞에서는 빅테크 금융이 앞서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뱅들의 분발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편 최근 들어 고금리가 지속되고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중저신용자 대출의 부실 비율이 높아지는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등 신용평가 모형을 더욱 고도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는 플랫폼 금융 시대다. 많은 비용이 드는 목 좋은 사거리에 자리잡은 점포 중심 금융에서 대부분의 상거래와 금융거래가 모바일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시대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하루 빨리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금융혁신 시대에 발맞춰 한국의 인뱅도 크게 성장해 혁신 한국 금융의 대들보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