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종우(자유기고가)
특별한 말이라? 흙을 밟지 않을 정도로 빠른 절지(絶地), 새를 추월하는 번우(翻羽), 하룻밤에 5000km를 달리는 분소(奔霄), 자신의 그림자를 추월하는 월영(越影), 빛보다 빠른 유휘(踰輝)와 초광(超光), 구름을 타고 달리는 등무(謄霧), 날개가 있는 협익(挟翼) 등 여덟 마리를 말한다.
또 진나라(秦)의 장수 항우(項羽)의 오추마(烏騶馬)와 후한(後漢)의 장수인 여포(呂布)의 적토마(赤兎馬) 역시 명마(名馬)들이다. 이 말들은 이른바 천리마(千里馬)로 칭한다.
주(周)나라 때 백락(伯樂)이라는 자가 있었다. 좋은 말(馬)을 식별할 줄 아는 명수(名手)였다.
하루는 그가 소금 수레를 끌고 가는 말을 만났다. 이를 본 백락은 통탄을 했다. 천하를 누빌 천리마가 일개 필부의 수레를 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기복염거, 驥服鹽車의 어원이 되는 내용이다)
이후 명마를 소유한 자가 백락을 찾아왔다. 말을 팔려고 했지만 누구 하나 거들떠보는 이가 없다면서 감정을 의뢰하기 위해서였다. 백락이 찬찬히 뜯어보니 과연 명마가 틀림없어 이를 천하의 명마라고 밝혔다.
그러자 그 말의 값은 순식간에 열 배로 뛰어 올랐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백락이 있고 나서 천리마가 있게 되었다”라고.
이때부터 영웅호걸(英雄豪傑)을 천리마(千里馬)에, 명군현상(名君賢相)을 백락(伯樂)에 비유하곤 했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도 그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재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뜻으로 말이다.
결론적으로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말이 여기에서 비롯됐다. ‘백락(伯樂)이 말(馬)을 한번 뒤돌아본다’는 뜻으로 ‘명마(名馬)도 백락을 만나야 세상에 알려진다. 현명한 사람 또한 그를 알아주는 자를 만나야 출세할 수 있음’을 비유한 성어다.
같은 맥락으로 한 가지 더 적어 보겠다. ‘매우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다’는 뜻의 대공무사(大公無私)다. 유래는 이렇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국왕 평공(平公)은 대부 기황량(祁黃羊)이라는 자에게 물었다.
“남양현에 관직의 한 자리가 비어 있다. 누구를 보내는 것이 적당하겠는가?”
기황양은 주저하지 않고 즉시 대답했다. “해호를 보내면 반드시 훌륭하게 임무를 해낼 것입니다”
평공은 놀라서 물었다. “그대는 해호와 원수지간이 아닌가? 어찌하여 해호를 추천하는 것인가?”
기황양의 대답은 간단했다. “공께서 물으신 것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에 관한 것이지, 해호가 제 원수인지 아닌지를 물은 것은 아닙니다”
얼마 후 평공이 다시 물었다. “지금 조정에 자리가 하나 비어있는데, 누가 적임자인가?” 기황양은 말했다. “기오가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공이 이상하다는 듯 여기며 반문했다. “기오는 그대의 아들이 아니오. 어찌 아들을 추천할 수 있겠소”
역시 기황양은 “공께서는 누가 적임자인지를 물으신 것이지, 기오가 제 아들인지 아닌지를 물은 것은 아닙니다”
이에 평공은 “기황양은 인재를 추천하는데 덕(德)과 재(材)를 표준으로 했다. 밖으로는 원수를 꺼리지 않고, 안으로는 친척을 꺼리지 않았으니 실로 ‘공(公)만 생각하고 사(私)는 잊었다”라고 칭찬하며 이를 대공무사(大公無私)라 했다.
요사이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인사가 시작되었는데 이래저래 말이 많다. 너무 많다. 안타깝다. 한마디로 총체적 인사 난국이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의 사퇴 이후 이를 바라본 모든 이들은 강한 어조로 청와대의 인사 실패를 비난하고 나선 정국이다. 새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여섯 명에 이르는 초대 내각 후보자들이 낙마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숫자도 숫자지만 더 큰 문제는 지켜보는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해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아니 냉정한 정치 현실이다. 유권자를 볼 면목이 없는 처지가 돼버린 셈이다. 영(令)이 안 선다.
갑자기 고사성어 읍참마속(泣斬馬謖)이 생각난다. 읍참마속은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엄정히 법을 지켜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에 비유하는 말이다.
‘울며 마속(馬謖)의 목을 베다’라는 뜻으로 삼국지에서 유래된 말이다. 촉(蜀)나라의 제갈량(諸葛亮)은 마속의 재능을 아껴 유비(劉備)의 유언을 저버리면서까지 중용했다. 그러나 마속은 가정(街亭)의 싸움에서 제갈량의 명령과 지시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싸우다가 패했다.
이에 제갈량은 마속을 아끼는 마음을 누르고, 군율에 따라 목을 베어버린다. 전군의 본보기로 삼은 것이다.
읍참마속이 ‘제격에 맞는 비유’일지 모르지만 박근혜 정부의 인사 난국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민정수석실과 청와대 인사위원회 등등 관련기관의 잘못도 크다.
정계(政界)에서는 ‘수첩’에 의존해 인사 대상자를 고르는 박 대통령의 방식이 애당초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지만 시기상 정부 초기라서 그 중요성이 한층 뼈아프다.
마지막으로 중국 은(殷)나라 탕왕(湯王)의 세숫대야를 예로 들어본다.
여기에 일신(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이라고 기록된 일부분이 요즘은 성어로 사용되고 있다. ‘날로 새롭게 하며, 나날이 새롭게 하며 또 날로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곧 ‘날마다 잘못을 고치어 그 덕(德)을 닦음에 게으르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요즘은 백락일고(伯樂一顧), 대공무사(大公無私), 읍참마속(泣斬馬謖), 일신(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이라는 성어들이 웬만해서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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