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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활동 종료가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수사의 성패를 가늠할 최대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향후 정국 구도에도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특검법에 따라 내란특검 수사 기한은 다음 달 14일 종료된다. 6월18일 수사를 개시한 뒤 180일 만이다. 특검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기소하며 수사를 본격화한 뒤, 석방 상태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다시 구속 기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내란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구속기소했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달 10일에는 평양 무인기 작전을 둘러싼 외환(外患) 의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을 일반 이적 혐의로 추가 기소하며 수사 범위를 넓혔다. 주요 인물과 핵심 쟁점들에 대한 수사가 대부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남은 핵심 사건이 바로 추경호 의원의 ‘계엄 해제 방해 의혹’이다.
추 의원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여당 원내대표로서, 윤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고 비상 의원총회(의총)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방식으로 여당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를 받고 있다. 특검에 따르면 추 의원은 계엄 선포 이후 소집한 비상 의총 장소를 국회→당사→국회→당사로 세 차례나 바꿨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90명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석하지 못했다. 결의안은 국민의힘의 집단 불참 속에 재석 190명·찬성 190명으로 간신히 가결됐다. 특검팀은 특히 추 의원이 밤 11시22분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에 협조해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은 뒤, 국민의힘 의원들의 본회의장 복귀와 계엄 해제 표결 동참을 막기 위해 의총 장소를 반복적으로 변경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야 한다”며 본회의장 집결을 요구했음에도, 추 의원이 “중진 의원들이 당사로 올 테니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며 의총 장소를 다시 당사로 옮겨 의원들의 본회의장 이탈을 유도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해제를 요청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점도 영장 청구서에 적시하며, 그가 계엄 해제 저지의 핵심 고리였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추 의원은 특검이 제기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의 이탈을 유도했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대화를 하던 시점은 본회의 개의 시간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고, 개의 전에 한 대표가 의원들과 의논한 뒤 본회의장으로 가자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본회의장에서 나와 의원들과 회의했다면 오히려 표결 참여 의원 숫자가 늘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정 이후 의총 장소를 당사로 옮긴 것에 대해서도 “경찰에 의해 국회 출입이 재차단된 시점에서, 당사에 임시로 집결해 총의를 모으기 위한 조치였을 뿐”이라며 “한 전 대표의 본회의장 집결 지시 공지 후, 이에 반하는 공지를 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또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여당 의원들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경찰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우 의장이 “여당이 경찰에 요청하라”며 거절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되돌렸다.
내란특검이 현직 국회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추 의원에 대한 영장 청구에 앞서 우 의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 다수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며 혐의 소명에 공을 들였다. 수사의 ‘마지막 큰 산’으로 불리는 추 의원 신병 처리가 특검 전체 수사 평가의 시험대가 된 셈이다.
추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이 부장판사는 6월 내란특검이 청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을 기각한 전력이 있어, 이번 심사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야 간 극한 대립을 불러온 사건인 만큼,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향후 정치 지형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추 의원 구속을 ‘내란 정당 심판’의 출발점으로 규정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의원 구속이 결정되면 국민의힘은 내란 정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고, 위헌 정당 해산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9일에도 백승아 원내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 “추 의원의 구속영장 심사를 두고 정 대표가 내란청산과 사법불신 해소를 위해 신속한 판단을 촉구했는데, 국민의힘은 이를 ‘비열하고 저급한 헌정행위’라고 공격하며 사실상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우리가 추경호’를 외치며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물타기이자 억지 프레임”이라며 “추 의원의 혐의는 정치공세가 아니라 내란수괴 윤석열의 위헌·위법 비상계엄에 맞선 국회의 계엄 해제를 방해한 반헌법적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 탄압이자 정치공작”이라고 맞서고 있다. 추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을 통해 “국민의힘을 위헌 정당 해산으로 몰아가 보수정당의 맥을 끊어버리겠다는 내란 몰이 정치공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의 ‘내란 정당’ 프레임이 보수 진영을 향한 정치적 제거 시도라는 것이다.
추 의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한 ‘내란 정당’ 공세와 위헌 정당 심판론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조희대 대법원장 책임론을 부각하며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 등을 둘러싼 사법부 압박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될 경우, 국민의힘이 “정권의 야당 탄압” 프레임을 강화하며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내란특검의 수사 성과와 정당성 자체를 둘러싼 논쟁이 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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