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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을 앞두고 국민의힘 안에서 이례적인 ‘내부 자성’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핵심은 하나다. “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와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작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계엄 사태의 원인을 민주당으로 돌리며 ‘사과 대신 책임 전가’ 메시지를 유지해 내부 갈등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가장 강경한 메시지를 낸 이는 배현진 의원이었다. 배 의원은 전 날 SNS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당의 ‘단절 선언’을 요구했다.
그는 “왕이 되고 싶어 어좌에 올라앉았던 천박한 김건희, 그를 보호하느라 국민도 정권도 안중에 없었던 한 남편의 처참한 계엄 역사와 우리는 결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시대와 절연하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눈길조차 얻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친한동훈계가 지도부와 충돌하는 가운데, 배 의원의 발언은 ‘당내 주류 재편’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초선 김재섭 의원 역시 28일 라디오에서 지도부에 사과 압박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많은 의원이 ‘사과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본다. 지도부가 사과하지 않으면 저희도 공식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종인 비대위가 40년·10년 된 일에도 사과했는데, 불과 1년 전의 계엄을 사과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40년 전 광주 문제에 대해 당이 과거 행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고, 10년 전 탄핵 사태에 대해서도 보수정당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초·재선 그룹 20여 명은 △지도부 사과 요구 △수용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을 내부적으로 조율 중이다. 당 지도부가 버티면 ‘집단 행동 → 지도부 책임론 → 계파 구도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장동혁 대표가 참석한 대전 집회에서는 같은 자리에서 논쟁적 장면이 펼쳐졌다. 전날 오후 대전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거리에서 열린 국민의힘 ‘민생회복·법치수호 국민대회’는 장동혁 대표의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일정이었지만, 현장은 뜻밖의 긴장으로 빠르게 뒤덮였다. 연단에 선 양향자 최고위원이 장 대표의 메시지와 정반대의 발언을 꺼내 들면서, 행사장은 순식간에 술렁임이 일었다.
양 최고위원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계엄은 불법이었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 불법을 방치한 것이 바로 우리 국민의힘이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며 지도부 기조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관중석 곳곳에서 “내려가라!” “무슨 소리야!”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몇몇 지지자들은 손에 들고 있던 커피컵을 무대 방향으로 던졌고, 경호원과 당직자들이 급히 앞줄을 막아 세우는 장면도 포착됐다.
분위기는 일순간 위압적으로 변했지만, 양 최고위원은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외침과 야유 속에서도 발언을 이어갔다.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절제된 톤을 유지하며 말했다. 청중 일부는 격한 항의를 계속 이어갔고, 한 남성은 “당에서 나가라!”고 소리치며 무대 앞으로 뛰어들려 했지만 당직자들에 의해 저지됐다. 행사장 주변에서 경찰이 배치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장면은 단순한 발언 충돌을 넘어, 당이 계엄 사태를 둘러싸고 내홍을 피할 수 없는 지점에 다다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도부의 ‘반격’ 메시지와 지지층 결집 전략의 현장에서조차, 내부에서 책임의식과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공개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장동혁 “계엄 책임 민주당”… 사과는 끝내 회피
친한 동훈계 가세… “尹 절연 현재 당의 최우선 과제”
‘사과 vs 책임 전가’… 계엄 1년, 국민의힘은 갈라졌다
장동혁 대표는 내부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그는 29일 대전에서 열린 ‘민생회복·법치수호 국민대회’, 이어 다음 날 대구에서 열린 장외 집회까지 연달아 참석하며 일관된 메시지를 반복했다. 두 집회 모두 지지층 결집을 목표로 했지만, 현장은 오히려 내부 균열이 가시화되는 공간이 됐다.
장 대표는 무대에서 “많은 국민께 혼란을 드린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하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책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과에 가깝지 않았다. 바로 이어 그는 “12·3 계엄 사태는 민주당의 의회 폭거와 국정 방해가 불러온 결과”라며 책임의 출발점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이어 “이재명의 존재 자체가 대한민국 리스크”라고 규정하면서, 오히려 ‘반(反)민주당·반이재명’ 프레임을 강화하는 흐름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즉, 내부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정면돌파형 메시지 전략을 유지한 것이다.
이런 행보에 대해 “이제 지도부와 사과를 요구하는 의원들 사이의 간극은 더 이상 좁혀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2·3 계엄 사태를 둘러싼 책임 소재, 한동훈 전 대표 관련 당원게시판 논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 문제까지 겹치면서 균열선이 더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동훈 전 대표를 비판한 몇몇 게시글이 확산되자 당 지도부는 당무감사 착수라는 강수를 두었고, 이 조치가 친한계 의원들을 자극했다. 그들은 “당원게시판 사태의 본질은 표현의 자유 문제인데, 이를 징계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지도부의 과잉대응”이라는 판단을 공유하고 있다. 나아가 그 중심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결별이 당의 생존 조건”이라는 메시지가 흐르고 있다.
박정훈 의원은 “당원게시판은 문제될 게 없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익명게시판에서 나온 비판 글을 문제 삼아 감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민주정당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장 대표의 강경한 대응이 오히려 내부의 분란을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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