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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역대 2위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 막대한 규모의 개인정보를 보관하는 기업들이 연달아 보안 사고를 일으키며 기업들의 보안 의식에 대한 경각심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역대 2위 규모 개인 정보 유출… 내부자 소행 추정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계정 약 3370만 개가 무단으로 노출됐다고 밝혔다. 쿠팡은 20일 개인정보 유출을 알리면서 피해 규모가 4500여 개라고 밝혔다. 그러나 추가 조사 결과 피해 규모가 훨씬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의 가입자 수가 약 3000만 명 이상으로 알려진 것을 고려하면 쿠팡 고객 전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번 쿠팡 개인정보 유출은 2011년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35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에 이은 역대 2위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쿠팡에 따르면 계정 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이 발생한 것은 6일이며 침해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18일이다. 여기에 쿠팡 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24일부터 해외 서버를 통해 장기간 비정상적 접근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노출된 개인정보는 이름·전화번호·이메일 주소·배송 주소록·주문 정보 등이다. 쿠팡은 결제 정보와 패스워드 등 로그인 관련 정보 노출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쿠팡은 현재까지 2차 피해가 보고된 바는 없다. 그러나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한 쿠팡 사칭 전화나 문자 메시지 등 기타 연락이 있을 수 있으며 진행 상황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의 원인이 쿠팡 내부 직원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직원이 외국 국적자이며 이미 쿠팡에서 퇴직해 한국을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의자가 한국을 떠나 수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약 쿠팡 내부 직원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이 확인된다면 쿠팡의 내부 관리 소홀이 되기 때문에 쿠팡에게 부과되는 과징금이나 고객에 대한 피해 보상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1348억 원)을 부과 받은 SK텔레콤의 개인 정보 유출 규모는 2324만 명이다. SKT가 역대 최대 과징금을 경신한 데에 이어 쿠팡이 또다시 새로운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커졌다.
쿠팡은 “2025년 11월18일 4500명의 고객 계정과 관련된 개인정보 무단 접근 사실을 인지했으며 후속 조사 결과 3370만 건의 계정 정보가 노출된 것을 확인했다”며 “쿠팡은 인지한 즉시 경찰청·개인정보보호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관계 당국에 해당 사건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쾌속 성장 쿠팡… 보안·노동 환경 등 내부 문제 산재
쿠팡은 2023년 연간 매출액 약 31조 원을 달성했으며 2024년에는 매출 38조2988억 원을 기록하며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2025년에는 매출이 4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매출액 50조 원 달성도 점쳐지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매출 12조8455억 원을 넘어서며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이전부터 지적되던 대규모 적자와 수익성 문제에도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쿠팡이 직접 ‘계획된 적자’라고 언급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고 수익성을 챙기는 전략이 성공을 거두며 ‘한국의 아마존’에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러나 쿠팡의 외형적 성장 속에 숨겨져 있던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덩치 불리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내실을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쿠팡의 정보보호 부문 투자액은 890억 원이다. 쿠팡의 정보보호 부문 투자 금액은 2022년 535억 원에서 2023년 639억 원으로 증가했고 2024년에는 660억 원을 투자했다. 2025년에는 투자 금액을 더욱 늘렸으나 정보기술 부문 투자액 대비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2022년 7.1%였던 정보기술부문 투자액 대비 정보보호 부문 투자액 비율은 2025년에는 4.6%까지 내려왔다.
정보보호 부문 인력은 2022년 170명에서 2025년 211명으로 증가했으나 정보기술 부문 인력 대비 비율은 7.4%에서 6.9%로 떨어졌다. 쿠팡이 꾸준히 덩치를 불리면서 보안 부문에는 그만큼 투자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쿠팡은 최근 노동자 사망 사건으로도 논란이 됐다. 지난달 26일 경기 광주시 문형동에 위치한 쿠팡 경기광주 5물류센터에서 50대 노동자가 갑작스럽게 쓰러져 결국 숨을 거뒀다. 또한 21일에는 화성시 신동에 있는 동탄 1센터에서 30대 계약직 노동자가 사망했다.
10일에는 30대 택배 노동자가 탑차 운전 중에 통신주를 들이받아 사망했으며 이 외에도 올해 쿠팡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쿠팡은 새벽 배송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자사 노동자들에게 야간·심야 근무와 함께 고강도의 노동을 요구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연이은 노동자 사망 사건으로 쿠팡 물류 서비스의 그림자가 드러났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발표해 쿠팡의 야간 노동을 멈출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쿠팡은 노동자의 건강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야간·심야 근무가 일상화되어 있으며 초 단위로 속도를 강요하는 시스템이 결합해 노동 강도를 극단으로 끌어올렸다”며 “노동자의 건강을 파괴하는 위험 요인이 누적돼 있는데도 쿠팡은 노동 강도 완화나 교대제 개선 및 충분한 휴식 보장보다 배송 속도 경쟁과 물량 확대에만 몰두해 왔다”고 비판했다.
쿠팡은 일용직 퇴직금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거래 등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지적을 받아 왔으며 최근에는 노동 환경 문제로 집중포화를 받았다. 여기에 보안 문제까지 추가되면서 쿠팡에 대한 제재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 기업 보안 의식 필요성 증가
한편 올해 기업들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며 추가 피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1위 이커머스 기업 쿠팡과 통신사 등 막대한 가입자를 가진 기업들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키면서 대한민국 국민 중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올해 4월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건을 시작으로 9월에는 롯데카드에서 약 296만 명의 카드번호와 보안코드(CVC) 등이 유출됐고 KT 또한 가입자 식별번호(IMSI) 정보 유출로 실제 소액 결제 피해가 발생했다.
여기에 넷마블은 27일 PC 게임 사이트 해킹으로 고객 및 가맹사와 임직원을 포함해 611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취업 플랫폼 알바몬에서 수만 명의 이용자 계정 정보가 유출됐으며 티머니 역시 해커 침입을 인정했다.
해당 기업들은 대부분 민감한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고 2차 피해가 없다는 식으로 해명하고 있으나 민감한 정보가 아니더라도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보안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이미 KT 해킹으로 이용자의 금전적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추가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계속되는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원인으로 국내 기업들의 허술한 보안 의식이 꼽힌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보보호 공시 종합 포털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정보 보호에 누적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국내 기업이 10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정보 보호에 쓰는 예산은 전체 정보기술(IT)투자 대비 평균 6% 수준으로 나타났다. 미국·유럽이 IT 투자 대비 25%의 예산을 보안에 투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매우 크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14일까지 당국에 접수된 기업의 정보 침해 신고 건수가 7198건에 달했다. 2020년과 2021년 600건 대였던 신고 건수가 2022년에는 1142건으로 급증했으며 이후로도 증가하는 추세다.
개인 정보를 노린 사이버 공격 시도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보안 안전 불감증과 이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IT 업계 관계자는 “결국 보안 부서는 돈을 벌어오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보안이 꼭 필요한 투자가 아니라 비용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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