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태형, 2006년 3월 전 가족 귀농
▲ 2012년, 귀농 7년차 농부
우선 농촌생활의 어려움을 즐기면서 적게 벌고 적게 쓰면서 소박하게 살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귀농의 기본을 따르겠다는 것이죠. 이분들은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방법이나 마을사람들과의 관계 등에 많은 관심을 나타냅니다.
이와 반대로 이왕 짖는 농사, 사업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들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귀농자금이나 하우스 농사, 원예, 특용작물 등 이른바 돈이 되는 작물재배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귀농한 뒤 보아 온 정부의 지원정책은 농민들에게 보기엔 빛깔 좋고 먹음직스럽지만 덥석 무는 순간 정신을 잃는 ‘독이든 사과’처럼 보입니다. 이런 생각은 농촌이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곳이라면 이렇게 피폐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인근마을에 이웃해 사는 A(43세)씨의 사례는 농촌 지원정책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버섯농사 한번 실패로 2억원 넘게 빚더미
7년 전 A씨는 600평의 밭에 장기 저리(연3%)의 정부지원금을 어렵게 받아 버섯 재배사를 짖고 본격적인 버섯 농사에 나섰습니다. 당시 이 동네엔 버섯재배 바람이 불었던 터라 A씨는 버섯만 잘 키우면 대박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게다가 인근 농부들과 작목반도 만들고 버섯을 전량 수매하겠다는 유통업자도 나타났습니다. A씨의 미래는 탄탄대로를 걷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귀농해서 돈을 벌려는 욕심은 서울에서 사업성공하기가 어려운 것 이상으로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귀농 성공의 요체하고 필자는 귀뜸한다. <사진=필자제공/필자 블로그>
그러나 모든 농사가 그러하듯이 버섯재배 또한 A씨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일꾼들을 구해 수일동안 고생해 넣은 버섯종균은 몇 달이 지나도 발아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실패였습니다. A씨가 다시 종균을 넣는데 들어간 비용만 5천만원.
우여곡절 끝에 생산된 버섯은 초기엔 잘 팔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성수기 땐 밤을 새워 가면서 버섯을 따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이번엔 버섯 유통업자가 문제였습니다. 초기 잘 지키던 결제가 한두 번 미뤄지다 결국엔 많은 양의 버섯을 가져간 뒤 연락을 끊어 버린 것입니다. 작목반 전체가 난리 났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A씨가 입은 피해액은 2억여원. 7년이 지난 지금 A씨 부부는 농사를 접고 돈을 벌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원금과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집과 버섯 재배사를 내놓은 상황입니다.
경제적인 성공 토대, 농촌엔 턱없이 부족
이외에도 전세금 2500만원과 귀농자금 4500만원(연4%)을 종자돈 삼아 집과 농사지을 밭을 마련한 귀농 10년차 B씨와 귀농자금 9000만원을 빌려 논 900평을 마련한 귀농 2년차 C씨가 이자와 원금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필자는 욕심을 오롯이 버리고 남들이 보기에 돈이 되지 않는 고구마, 감자, 벼농사 등으로 힘겨운 경제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만큼 적게 쓰기 때문에 농촌생활이 행복하다고 털어 놓는다. <사진=필자제공/필자 블로그>
이들은 “원금상환을 못할 처지에 놓인 농민에게 농협에서는 또 다른 대출상품을 권장한다”며 “원금상환 시기가 오면 4%로 받은 대출금은 7% 이율의 대출상품으로 바꿔 갚아야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먼저 귀농한 많은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지원금을 대출받으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빚으로 시작한 귀농은 곧 ‘귀농푸어’로 전락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부의 화려한 미사여구에 현혹돼 귀농자금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먼저 물질적인 성공에 대한 욕망을 버리시기 바랍니다.
도시에서도 사업을 성공하는 사례는 드문 일인데, 농촌에서 농사로 성공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귀농 성공의 열쇠는 빚없는 귀농에 있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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