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19º
습도 80%
)
국내 주요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이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사례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단계적 상향 방침을 밝힌 가운데 국회는 제도 실효성 점검과 기업 이행률 개선 방안을 핵심 국정감사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기업의 고용 규모와 사회적 책임 이행 간 괴리가 통계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상시근로자 수 상위 20대 민간기업 중 13곳이 장애인 의무 고용률(3.1%)에 미달했다. 장애인 고용률 미달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상시근로자 12만6000명 중 장애인 근로자가 2453명으로 전체의 1.95%에 머물렀다. 기준을 충족하려면 3905명을 고용해야 하지만 1452명 부족하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 당시 3.15%로 기준을 넘겼으나 2024년 2.19%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상시근로자 수는 오히려 늘어 격차가 커졌다.
반면 쿠팡풀필먼트서비스(3.11%), 기아(3.31%), SK하이닉스(3.34%) 등은 기준을 충족했다. LG전자(2.62%)와 이마트(2.82%)는 미달했다. 전체 민간기업 평균 고용률이 3.03%였던 데 비해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대기업군은 2.97%로 낮았다. 규모가 클수록 법정 기준 달성이 어려운 구조적 경향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은 고용부담금을 납부한다. 100인 이상 기업은 미충족 인원 1인당 월 125만8000원에서 209만6000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작년 기준 상위 20개 기업의 공제 후 부담금 총액은 943억 원이다.
삼성전자는 5년 연속 부담금 납부액 1위로 212억5900만 원을 냈다. 현대자동차는 95억5600만 원, 대한항공은 61억4400만 원이었다. 상위 기업 대부분이 부담금 상위권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 같은 재정적 제재가 고용률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정책 평가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회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제도 실효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장애인 고용 의무제는 1990년대 후반 도입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됐지만 대기업의 실질 고용률은 여전히 기준에 미달하고 있다. 이학영 의원은 “장애인 고용 의무는 사회적 책임의 최저선”이라며 “기업 규모에 비례한 책임 이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간 부문 의무 고용률을 2027년 3.3%, 2029년 3.5%로 높이고 공공 부문은 4.0%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방안은 2023년 말부터 국회와 정부 간 협의가 이어지고 있는 장애인 고용 정책 개편의 핵심 축이다. 상향 조정에 따른 기업의 부담금 증가와 고용 구조 변화가 향후 논의의 중심에 놓일 전망이다.
장애인 고용률 문제는 단순한 기업 통계에 그치지 않는다. 고용 규모가 클수록 기준 미달이 집중되는 현상은 대기업의 고용 구조가 장애인 고용 확대에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는 고용부담금만으로는 실질 고용 개선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과도 직결된다.
국회는 올해 국정감사를 계기로 제도 강화 및 이행률 제고를 위한 입법 검토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정책 설계와 집행 방식을 병행 강화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943억 원이라는 부담금 총액은 제도의 존재를 입증하는 수치이지만 미달 기업이 여전히 다수라는 점은 제도의 작동 방식에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 문제는 정책 설계와 기업의 실제 고용 구조가 충돌하고 있는 현장을 드러내는 지점이기도 하다.
향후 국회와 정부는 부담금 제도 개편, 고용 구조 점검, 제도 이행 관리 강화 등을 병행해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