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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세제 전반의 합리화 방안을 본격 검토하는 가운데,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보유세 강화의 불가피성을 공식 언급했다. 구 부총리는 “보유세는 단순한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춘 ‘응능부담(ability-to-pay)’의 원칙에 부합한다”며 “거래세와 보유세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후 동행 기자단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보유 부담은 낮고 양도세 부담이 높아 ‘락인(Lock-in) 효과’, 즉 매물 잠김 현상이 심각하다”며 “팔 때 비용(양도세)이 비싸기 때문에 시장 유동성이 막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매물이 나오고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며, 실질적 세제 개편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예를 들어 미국처럼 재산세를 평균 1%로 매긴다고 하면 50억 원짜리 집은 연간 5000만 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집을 단순히 보유하기보다는 합리적으로 거래하려는 움직임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가 1주택자에 대한 과세 형평성 문제도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5억 원짜리 집 세 채를 보유한 사람과 50억 원짜리 한 채를 가진 사람 사이의 세 부담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도 응능부담 원칙에 따라 세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세율을 올리거나 내리는 식이 아니라, 취득·보유·양도 단계 전반에 걸쳐 정합성 있는 세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일관된 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발언을 계기로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부동산 세제 전반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발표될 2026년 세제개편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논의되는 주요 방향은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를 강화하는 대신 거래세(취득세)를 낮추는 조정안이다. 다만, 취득세와 재산세가 지방자치단체 재정의 핵심 세목이라는 점에서, 세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재산세 인상까지 포함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재부는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행안부는 재산세와 취득세, 국토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각각 담당한다. 올해 공동주택 기준 시세 대비 공시가격은 평균 69%, 종부세 과표 산정에 적용되는 공정비율은 60%(1주택자 기준)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 시절 80%에서 60%로 낮췄던 공정비율을 다시 상향 조정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보유세 부담이 대폭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 부총리는 “국민의 납세 능력에 맞춘 세제 구조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뿐 아니라 자본시장 건전성과도 맞닿아 있다”며 “자금이 부동산으로만 쏠리지 않도록 조세 체계를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생산적 금융으로 자금이 흐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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