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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미국 조선업 부흥 노력을 본격화한 가운데 기존 법률·관행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17일(현지 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에서 한국·미국 조선 협력에 걸림돌인 규제 장벽의 완화 방법을 미국과 논의한다고 밝혔다. 석 청장 방미 기간 중 미 국방부·해군성 고위 당국자들과의 만남이 이뤄질 예정이다. 트럼프가 지난달 한·미 백악관 공개회담 시 한국 선박 구매 의사를 재확인했으나 ‘존스법’ ‘번즈·톨레프슨 수정법’ 등 외국 조선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을 막는 각종 규제가 있다. 4월·5월 상원과 하원에서 발의한 ‘일자리·기술 확보’ 취지의 법안 역시 ‘동맹국 협력 강화’와 상충된 측면이 있다.
선박 상부구조 주요 구성품을 외국에서 만들 때 연방자금 사용 금지한 톨레프슨 수정법(1965)은 번즈 수정법(1968)을 통해 ‘해군 함정 본체를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때 연방자금 사용 금지’로 확대됐으며 이런 취지가 이후 연방법에 흡수돼 자리 잡았다. 선박의 구성품·본체 모두 미국 내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규정이다. 단 대통령이 ‘국가안보상 필요’로 판단하면 일부 면제를 줄 수 있다. 1991년 등 미 회계감사원(GAO)은 이들 법의 적용 범위를 ‘해군 함정’인지 여부에 따라 해석을 분리한 결정문을 낸 사례가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초 공개된 에드 케이스 의원(민주당·하와이)의 존스법 문제 보완 방안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2일 하와이 지역 매체인 마우이 나우와 미 물류·해운 전문지 프레잇웨이브에 따르면 케이스 의원이 ‘상선 동맹·파트너국법’(가칭)을 준비 중이다. 선박의 ‘수정·개조·수리’를 한국·일본 등 우방국 조선소에서 시행할 경우 예외·우대 조항을 부여하는 방안이 포함됐다며 “중국 조선소에 의존하는 위험을 줄이고 한국·일본 등 동맹국 조선소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존스)법이 너무 경직돼 있어 그런 협력을 어렵게 만든다”는 케이스 의원의 발언이 인용됐다.
존스법이란 ‘1920년 상선법’ 제27조의 약칭이다. 1919년 1차 세계대전(1914~18) 전후 처리가 막 끝난 시점에서 미 상선의 유지·육성법이 전시·비상시 병참 수송력 확보 위주로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다. 중립을 고수하던 미국은 자국 상선들이 독일 해군에 침몰 당하자 참전해 연합국 승리의 견인차가 됐으나 손실도 컸다. 경제사 전문가 휴 로코프 추정치로 당시 1년 총 생산의 52%를 쏟아부었다. 2011년 미 의회조사국(CRS)에서 물가를 감안한 오늘날 가치로 환산한 액수는 약 3340억 달러(약 461조 원)에 달한다. 인명 손실 또한 총 200만 명 넘게 파병해 전사·부상 각각 11만6500명 이상·20만4000명이었다.
이 같은 시대 배경 아래 미국 항만 간 운송에서 ‘미국산·미국선·미국인력’을 의무화한 존스법 때문에 기술자나 전문 인력을 미국 내에서 일정 기간 활동을 허용한 비자 제도 및 체류 허가 문제로 제약이 크다. 공장 설립, 설비 설치, 기술 이전 등 협력 초기단계 장애가 된다는 점을 로이터·ABC뉴스 등에서 지난달 말 집중 조명했다. 미 현지 법률 내지 관례(자재 규격, 안전·환경 규정, 노동법 등) 때문에 조립 또는 설치가 제한되거나 복잡한 게 현실이다.
현재까지 예외가 없었던 존스법을 우방국에 한정해 완화하자는 최초의 법 개정 움직임이 케이스 의원의 법안이다. 입법화된다면 한국 내 조선소가 미 선박 수리·개조 사업에 참여할 법적 근거가 생긴다. 다만 법안 통과까지 논의 및 로비, 여야 입장 조율이 필요하며 미 조선노조 등의 반발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공동생산 내지 모듈 방식, 부품 혹은 블록을 한국에서 제작해 미국에서 조립하거나 미국 내 조선소와 협업해 모듈을 분담하는 방식이면 현행 법률 안에서 한국의 기술 및 생산 역량을 활용할 수 있음을 주요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로이터에선 규제 완화와 병행해 상호관세 인하, 투자 세제혜택, 정부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마련해 조선 협력을 촉진할 수 있으며 한국이 제안한 ‘마스가’(MASGA·미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패키지는 이런 협력 및 투자 방식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석 청장은 “미국에서 전향적으로 이 (규제) 부분을 빠르게 정리해 줘야 할 것 같다”면서 현 상태에선 미국이 원하는 규모·속도로 선박을 공급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또 “여러 가지 (미국에) 이미 제시해놨다”면서 소개한 방안엔 “함정의 전투체계를 제외한 최소한의 항해만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 미국에 보내 민감하고 보안 관련 및 전투체계를 미국에서 마무리하는 것” “함정 자체를 안전하게 한국에서 만들어 가져오기” 등이 있다.
석 청장은 당일 기조연설에서 국제 안보환경 급변 속에 방산 수요가 공급 능력을 크게 압도한 현실을 짚으며 한국 역할을 부각시켰고 “무기 거래나 기술 이전 수준을 넘어 첨단기술을 공동 개발·적용하는 기술동맹 수준의 협력”을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석 청장은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체결의 중요성과 낙관적 전망을 피력했다. 방산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 격인 RDPA를 작년 바이든정부 때 체결하려 했지만 의회 일각의 반대로 지연된 상태다.
한편 미 태평양사령부 수장 출신인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CSISI 포럼 연설에서 미 해군이 함정 건조 목표 달성에 “한국의 유능한 세계적 조선업체들을 그 해법 일부로 삼아야 한다”며 조속한 RDPA 체결을 지지했다. “한미동맹이 지상에 배치된 병력보다 훨씬 크다는 강력한 신호를 우리 적들에게 보낸다”면서 북한 관련해서 한마디했다.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되 군사 준비 태세는 함께 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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