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회장, 빌드업코리아 후원 의혹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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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노동계 “기업 책임 저버린 행위… 입장 요구”
불매운동·주가 하락 전례 거론… “고용 안정성 위협”
“미등기 임원 권한 남용” 지배구조 논란까지 확산

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18 15:30:51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극우 단체 후원 의혹을 둘러싸고 기업 책임 훼손과 고용 불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미국 보수 진영과 연계된 단체 ‘빌드업코리아’ 행사에 후원과 축하 영상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불매 운동과 주가 하락 등 실질적 손실이 우려되고 사회적으로는 노동자 고용 안정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치권과 노동계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종오 진보당 의원실과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 회장의 최근 행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사안은 단순한 논란을 넘어 기업 존립과 사회적 신뢰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후원 경위와 사실관계를 공개하고 모든 연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의혹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정 회장이 수년간 빌드업코리아 행사에 스타벅스 커피와 도시락을 지원했다는 정황이 확인됐고 2023년 행사에서는 직접 축하 영상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상에서 그는 “자국을 보잘것없는 나라”라고 표현하며 “미국 선교사들이 전한 성경 기반의 자유 가치 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발언을 해 역사 인식 논란을 불러왔다.

윤종오 원내대표는 “빌드업코리아는 내란을 정당화하고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단체로 알려져 있다”며 “기업 오너가 이와 연계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힘은 사회적 책임과 함께할 때 정당성을 얻는다”며 신세계그룹이 후원 여부와 관련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노동계도 우려를 나타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재벌 오너의 편향적 메시지는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며 “이 같은 행보가 외부로 확산될수록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승훈 이마트지부장은 과거 사례를 들어 경고했다. 그는 “정 회장이 과거 공산주의 세력 제거를 강조하는 ‘멸공’ 발언으로 불매 운동과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며 “이번 사안도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2022년 SNS에 해당 문구를 게시하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신세계 계열사 주가가 하락하고 불매 운동이 전개됐으며 정 회장은 이후 발언 자제를 시사했지만 이번에는 국제 극우 네트워크와의 연계 의혹까지 제기돼 파급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지배구조 문제도 제기됐다. 노조는 정 회장이 미등기 임원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수많은 신사업 실패로 누적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권한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지부장은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부담이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오너 권한에 대한 견제 장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트노조는 이번 사안을 노동자의 안전 문제로도 규정했다. 과거 윤석열 탄핵 운동 당시 극우세력의 협박과 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히며 “오너가 극우세력과 연계한다면 노동자 안전과 일자리가 직접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기업 경영 차원을 넘어 시장과 정책 영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 유통·서비스 기업은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가치에 크게 의존한다. 특히 ESG 경영에서 사회(S)와 지배구조(G) 요소에 대한 투자자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오너의 정치적 발언이나 외부 단체 후원은 기관투자자들에게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불매 운동, 주가 하락, 점포 갈등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후원 사실과 범위의 투명한 공개 △지배구조 통제 장치 강화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세 가지 쟁점으로 요약된다. 어떤 법인과 브랜드 명의로 지원이 이뤄졌는지 그룹 승인 절차가 있었는지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

또한 오너가 미등기 임원으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이사회와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치·종교 관련 외부 단체 후원에 대한 심사 기준과 노동자 안전 확보 방안 등이 포함된 그룹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요구된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정 회장의 행보는 기업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불매 운동, 주가 하락, 고용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신세계그룹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재발 방지책 제시가 필요하다”고 거듭 촉구했다.

현재까지 신세계그룹은 공식 반론이나 상세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의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투명성, 노동자 안전, 시장 신뢰가 교차하는 복합 사안으로 향후 그룹의 대응 여부가 사태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경 기자 leey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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