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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선 때 극명히 드러난 미국의 정치적 분열상이 10일 발생한 찰리 커크의 죽음으로 다시 한 번 분명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우군이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청년 아이콘인 커크의 죽음에 비하·조롱성 언급을 했다가 실직·정직 등 불이익에 처하는 일이 이어졌으며, 12일 국무부에선 그런 언행을 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는 공지가 나왔다. 커크에 대해 종교적 신념을 설파하다 살해 당한 순교자로 보는 시점과 자업자득이라는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터닝포인트USA 설립자이자 대표일 뿐 공직자도 아닌 커크의 죽음에 트럼프와 보수 진영의 애도 분위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트럼프가 커크의 피격과 죽음을 알린 트루스소셜 글 이후 대국민 영상 성명까지 냈다. 이날 영상엔 매사 자신만만하던 평소 모습과 달리 깊이 낙심한 기색을 보였으며 백악관을 비롯한 연방 관공서의 사흘간 조기 게양을 지시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12일 폭스TV에 출연해 범인이 사형 당하길 바란다고 말한 가운데 마가 진영 주요 인사들은 커크에 대한 비난·희화적 언사를 ‘혐오 표현’으로 규정하면서 색출과 응징을 예고했다.
AP통신이 14일 “보수 성향 공직자와 기타 인사가 주도하는 캠페인으로 커크의 사망 이후 며칠 만에 교사·공무원·오피스디포(사무용품·기기 체인) 직원, TV 방송인 등이 해고되거나 징계받았으며 이런 조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전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미 항공사 아메리칸에어라인이 커크의 암살을 축하한 파일럿들을 비행에서 배제시켰다면서 “역겨운 행동이었다. 그들은 반드시 해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 역시 11일 군인들이 커크의 죽음을 깎아내리거나 축하하는 취지의 게시물 내지 댓글을 금지한 ‘무관용’(zero tolerance) 방침을 발표했다. 강성 트럼프 지지자인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가 엑스 글로 “커크의 죽음을 축하하는 사람을 하나하나 온라인에서 찾아내 유명 인사로 만들어주겠다. 커크의 죽음을 축하할 만큼 비정상이라면 미래 커리어 야망이 완전히 파괴될 준비를 하라”며 “그런 말 한 것을 평생 후회하게 해주겠다”고 선언했다.
로이터통신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최소 15명이 온라인 공간에서 커크의 사망을 언급한 뒤 해고되거나 정직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MSNBC 정치평론가 매슈 다우드는 10일 방송에서 “그런 끔찍한 생각을 멈추지 않고 끔찍한 말을 내뱉으면서 끔찍한 행동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예상할 수 없다”며 커크 죽음이 자업자득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즉시 계약 해지 당했다.
다만 커크 본인 유튜브 채널의 1700여 개 동영상 등에서 확인되듯 그는 기독교적 신념에 기반해 가정·교회·국가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동성애(젠더이데올로기)·비판적 인종이론 지지자들이 생각을 돌이키도록 논리적 대화로 설득했을 뿐이다. 커크 채널 구독자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사흘 만에 80만 명 증가했으며, 다시 이틀 지나며 130만 명 늘어난 473만 명 상태다. 직접 대학 캠퍼스들을 찾아가 공개 토론을 꾸준히 벌여 온 것도 유명하다. 영상 속 커크는 언성을 높인 적 없으며 “시간 내 줘서 고맙다”며 논쟁을 마무리하곤 한다.
커크가 일리노이주 아를링턴하이츠의 사립 미션 스쿨인 휘튼아카데미(고교) 졸업 후 베일러대를 지원했으나 입학하지 않고 사회활동에 뛰어든 것은 정치적올바름(PC)·워키즘에 물든 캠퍼스 풍토에 반감이 강했기 때문이다. “대학은 더 이상 자유로운 아이디어 교환의 장이 아니다.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지 않고 학생들을 한쪽 이데올로기로 세뇌한다”고 여러 차례 강연 등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대학 학위보다 경험·조직력·미디어 활용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며 일론 머스크·스티브 잡스 등을 예로 들기도 했다.
한편, 커크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가 일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 사람들이 있다. 뉴욕타임스(NYT)에선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유명 배우 크리스틴 체노웨스가 커크 죽음에 대해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너무나 슬프다. 그의 말에 늘 동의했던 건 아니지만 어떤 관점들은 인정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가 팬들의 반발을 샀다. 일련의 현상들을 들어 AP통신은 “커크 사망 여파로 정치적 견해차를 둘러싼 대중의 관용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소셜미디어 등에서의 공개 발언으로 직장을 잃는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엔 해고가 매우 빠르게 이뤄졌다”는 이례성을 짚었다.
영화 ‘쥬라기 월드’ 시리즈와 디즈니 마블 스튜디오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으로 유명한 배우 크리스 프랫이 10일 엑스에 “찰리 커크와 그의 아내·어린 자녀들을 위해,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 우리는 하느님 은총이 필요하다”고 쓰자 “마블에서 해고되길 기도한다” “당신 출연한 영화는 안 본다” 등 다수의 악플이 달렸다. 이에 “편협한 좌파들이 프랫을 디즈니가 해고하도록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정말 사악한 자들”이라는 글이 전파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또한 이를 자기 계정에 공유했다. 이미 전날 “좌파는 살인의 정당” “우리가 상대하는 게 바로 그런 자들”이라고 입장을 밝힌 터였다.
유튜브·엑스·레딧 등에선 요며칠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나 진보 성향 인플루언서들이 애도를 표하지 않거나, 심지어 커크의 비극을 조롱했다고 주장하는 보수 성향 사용자들의 게시물이 급증했다. 이들 게시물엔 “인간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다” “정치적 차이가 있어도 애도해야 하건만 민주당은 침묵했다” 등 실망·분노 댓글이 많다. 일부 민주당 온건 지지층 내지 부동층·무당파를 자처하면서 “다음 선거에서 공화당에 투표하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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