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º
습도 55%
춘천 21º
습도 65%
대전 28º
습도 65%
)
미국의 최대 청년 보수 단체 ‘터닝포인트USA’ 창립자이자 대표인 활동가 찰리 커크(31)가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커크는 10일(현지 시간) 유타주 유타밸리대에서 터닝포인트USA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연설 중이었다. 정오 조금 지나 총성이 일었으며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했다고 전해졌다. 범행 용의자는 미확인 상태다. 수사 당국의 공식 발표가 나오진 않았으나 대다수 미 매체들이 커크만 노려 한 발만 발사된 점에 주목하며 ‘정치적인 동기의 암살’로 추정했다.
커크는 트럼프 진영 내 막강한 영향력의 핵심적 청년 리더였다. 그의 사망이 트럼프 지지층 등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 깊은 상흔을 남길 것이라고 로이터가 당일 기사에서 짚었다. 사건 직후 트루스소셜 글로 커크의 피습 사실을 알린 트럼프는 1시간 반쯤 뒤 “위대한 전설적인 인물 찰리 커크”의 죽음을 전하며 “미국에서 청년의 마음을 지니고 청년들을 그보다 더 잘 이해한 사람은 없다. 모두가 그를 사랑하고 존경했다. 특히 내가 그랬다”면서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했다.
대학 측의 현장 영상을 바탕으로 미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는 총격 직전 청중의 질문을 받아 총기난사 사건과 총기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총기 난사범이 몇 명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커크가 “너무 많다”고 답했다. 평소 성소수자를 사회불안 요소로 꼽던 커크의 입장을 반박하기 위한 질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질문자는 재차 “최근 10년간 미국에서 (전체) 총기 난사범이 몇 명인지 아느냐” 물었고 커크는 “갱단 폭력 포함, 아니면 제외한 수치”를 말하나 되묻는다. 그 순간 총성이 울렸고 커크의 왼쪽 목에서 피가 솟구치면서 본인이 오른손을 목 위로 올리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다. 해당 영상엔 청중들 비명과 혼비백산한 광경도 담겼다. AP는 수사 당국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 대학에서 1명이 경찰에 연행됐지만 총격 용의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를 앞두고 캠퍼스 내에선 찬반이 갈렸었다고 한다. 행사 개최와 커크의 출연을 대학 측이 막아 달라는 온라인 청원 서명자가 거의 1000명에 달했다. 커크는 2012년 18세 때 보수주의 정치운동 ‘티파티’ 활동가 윌리엄 몽고메리와 함께 터닝포인트USA를 설립했으며 2016년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열성적인 지지 운동을 개시했다. 커크는 트럼프 장남인의 개인 보좌관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케이블TV 방송 등에 자주 출연해 보수 진영의 문화전쟁에 깊이 관여하면서 트럼프를 옹호했다.
트럼프 역시 터닝포인트USA 행사에서 여러 차례 연설하며 이들의 활동을 격려했다. 이 단체는 공식 정당 산하 조직이 아니면서 사실상 트럼프 진영과 밀착해 대학 내에서 자유시장, 작은 정부, 개인의 자유, (기독교적) 전통 가치 전파에 힘써 왔다. 자체 홈페이지엔 미국 내 900 개 캠퍼스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고등학교까지 아우를 경우 3500개에 이른다고 나와 있다. 이날 유타 연설은 ‘아메리칸 컴백 투어’ 전국대학 순회 첫 번째 일정이었다.
이번 사건이 미국 사회의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와 긴장 상태가 고조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점을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짚었다. 트럼프도 작년 대선 정국 속에 이미 두 번의 암살 시도를 겪었다. 다만 이는 트럼프 승리 가능성 자체를 저지하려는 분위기 속에 벌어진 일로 지난 4년여 동안엔 민주당 인사들이 당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6월 미네소타주에서 민주당 소속 멜리사 호트먼 의회 의장 부부 살해와 민주당 상원의원 존 호프만과 그의 가족 중상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범인(밴스 루터 뵈틀러)이 ‘낙태·동성애 반대자’이긴 하나 아프리카 선교를 다녀올 만큼 기독교인이면서 평상시 극단성을 보인 적 없던 인물로 평가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작년 7월, 11월 대선을 향한 행보가 본격화하는 와중에 펜실베이니아 유세 중 트럼프 피격 사건이 발생하자 이튿날(14일) 로이터에선 2021년 1월 이래 정치·이념 성향이 파악된 치명적 폭력 사건만 14건이며 이 중 13건의 가해자가 반(反)민주당으로 분류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2020 대선결과에 불복한 채 백악관을 떠나 있는 동안 즉 민주당 리버럴에 대한 불만·분노가 고조되는 가운데 공화당이 트럼프당으로 재편되던 시기와 겹친다. 이번 커크 암살은 거꾸로 공화당 내지 보수 인사를 향한 테러 증가 가능성을 시사한다.
커크가 실려간 병원 입구엔 지지자들의 꽃다발과 “악(惡)과는 타협 없다” 문구가 붙어 있다. 이는 1983년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미국을 “자유의 깃발을 든 국가”로 규정하며 냉전 시기 소련을 겨냥해 연설에서 언급한 구절로, 미 기독교 내지 공화당 보수 진영의 정치적·종교적 신념을 상징하는 슬로건처럼 자리 잡았다. 사건 직후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추모 기도와 지지 요청이 있었으나 일부 민주당 의원이 ‘총기 규제부터 먼저 하라’는 발언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퇴임 후 여전히 민주당의 중심 인물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끔찍한 폭력은 민주주의에 설 자리가 없다. 아내와 함께 유가족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그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카말라 해리스 전 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정치 폭력에 대한 전면적 거부를 촉구했다. 이스라엘 총리와 영국 외무장관 등 해외 지도자들 또한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적 타격이라며 이번 사건을 안타까워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1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