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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물가 상승, 여기에 건강과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 인식 변화가 맞물리며 식품업계 전반에 ‘로컬 트렌드’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원료 조달 차원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속가능성, 품질 신뢰까지 포괄하는 흐름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10일 식품산업통계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국내 소비자들의 국산 식품 선호도는 최근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응답자의 35%가 “대부분 또는 항상 국산 식품을 구매한다”고 밝혔으며 이는 2021년 21%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앞으로 국산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겠다는 응답도 70%를 넘어섰고, 절반 이상은 원산지 정보를 꼼꼼히 확인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국내 식품·항공사들과 글로벌 외식 브랜드도 지역 특산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강원도 철원산 쌀로 만든 ‘라이스 버거’를 한정 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출시 직후 3주 만에 약 50만 개가 판매되며 매출이 전월 대비 18% 증가했고, 특히 강원·수도권 매장에서 판매량이 집중되며 지역 농산물 활용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어 제주산 감귤을 활용한 디저트 라인업을 선보이며 ‘지역 밀착형 메뉴’ 전략을 강화했다. 제주 감귤 디저트는 겨울철 한정 판매 기간 동안 전체 디저트 매출을 22% 끌어올리며 본사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과를 기록했다.
롯데웰푸드 역시 지역 원료를 앞세운 제품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제주 감귤을 원료로 한 과즙 음료는 출시 2개월 만에 전국 편의점 판매량이 150만 병을 돌파하며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강원도 감자를 사용한 스낵 제품은 ‘국산 원료’ 마케팅 효과에 힘입어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고, 관련 제품군 매출은 지난해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제주항공은 기내식에 지역 특산품을 접목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도입한 ‘제주 흑돼지 불고기 도시락’ ‘전주 비빔밥’ 등 노선별 특산물 메뉴는 출시 두 달 만에 이용객 10명 중 4명이 선택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해당 메뉴 도입 이후 기내식 유상 판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으며, 특히 제주 노선에서는 탑승객 2명 중 1명이 특산물 기내식을 주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항공은 이를 계기로 타 지역 관광청 및 농가와의 협업 범위를 확대해, 향후 부산 어묵, 강릉 초당두부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사례들은 지역 농가와 협력 구조를 만들며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신뢰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다만 가격 경쟁력과 안정적 공급망 구축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해외 주요국 역시 로컬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역산 표기가 있는 제품 비중이 2018~2019년 17%에서 2022~2023년 26%로 늘었다. 일본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맞춤형 제품을 선보였고, 미국은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개념을 중심으로 외식 산업까지 확장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로컬 트렌드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식품산업의 구조적 변화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지역 기반 식음료는 가격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한다면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업계는 원산지 표기 투명성, 합리적 가격 책정, 생산 인프라 확충, 지역 파트너십 강화가 핵심 과제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이제는 단순히 ‘국산’ 여부만이 아니라 제품의 스토리와 지역적 정체성, 지속가능성까지 따지고 있다”며 “지역 특산물과 결합한 차별화 전략이 앞으로 국내 식품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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