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물은 설계도가 나와야 시공을 할 수 있다. 설계도는 건축주의 의도와 건축가의 의도를 정리하여 도면으로 나타낸 것이다. 건축 설계는 계획도면·기본 설계 그리고 실시 설계 3단계로 나뉜다. 도면은 건축가 자신을 위해 그리는 것이 아니고 도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작성한다. 계획도면은 건축주가 대상이고 기본 설계는 공무원·실시 설계는 공사자를 대상으로 작성한다.
계획도면이 완성되면 공무원을 위한 기본 설계가 작성되는데 여기에는 법규에 필요한 사항이 표현된다. 법규상 문제가 없으면 건축허가가 떨어진다. 그러면 실시 설계가 작성된다. 시공에는 종사자가 많아 이들을 위한 내용이 도면에 표현되기에 훨씬 더 복잡해진다. 또한 시공은 다양한 공법이 등장할 수 있기에 도면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어 이를 위한 공사 안내서가 작성되는데 이를 시방서(시공 방법 서술서)라 한다.
시방서엔 갖가지 공사 방법이 포함되어 있다. 건축물에 하자가 생기면 시방서를 먼저 보는 것이 이 때문이다. 시방서대로 공사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시방서는 일반적으로 설계사무소에서 작성한다. 설계사무소에서 이것을 작성하는 것은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 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여 자신만의 디자인을 위한 시공 방법이 제대로 구현되도록 지침을 안내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공 측에서는 시공 전에 반드시 시방서를 살펴보고 작업에 임해야 한다. 매번 다르게 시공하는 건축물은 없다. 일반적으로 유사한 시공은 유사한 시방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특이한 공법은 반드시 시방서에 표기되어 있어야 한다.

건축주는 이 시방서 내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감독이나 감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시방서대로 시공하는지 살펴보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방서는 아주 중요하다. 상세도를 살펴보는 기준도 시방서이다. 시방서와 상세도가 상이하면 안 된다. 시방서에는 방대한 내용이 포함된다. 하지만 다행히 분야별로 되어 있어 내용을 찾는 게 많이 어렵지는 않다. 분쟁이 생기면 이 시방서가 기준이 되기에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시공상의 문제는 시방서라는 지침이 있어 다행이다.
건축물을 지을 때 시공만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초기 단계 설계부터 건축주는 이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도면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요구 사항이 도면에 다 담겼는지 알기 어렵다. 어느 정도 건물이 올라갈 때 드러난 윤곽을 보며 파악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여기서부터 분쟁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미 건축허가를 득했고 시공이 시작된 단계에서 변경을 하기는 어렵다. 때로는 건축주와 건축가 사이에서 소통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갈등도 많다. 요즘은 3D가 발달하여 건축물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볼 수 있어 다행이지만 디자인하면서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는 건축주가 건축가의 디자인 컨셉을 오해하여 일어날 수도 있다. 공사비는 설계비보다 규모가 크다. 그래서 여러 가지 장치가 되어 있지만 설계는 그에 비하여 오해의 소지를 많이 일으킬 수 있다.
건축가는 설계를 하는 사람이다. 설계를 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다. 그런데 수시로 설계 변경이 들어가고 초기에 결정된 것을 바꾸면 공사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건축주 또한 마찬가지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건축물을 짓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낭패이다. 그래서 건축주와 건축가는 초기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해야 한다. 서로 의견을 나눴어도 이해의 차이에서 후에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공사에 시방서가 있듯이 설계 과정에도 이에 준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이를 ‘설방서’라 이름 붙였다. 설방서는 설계방법서술서의 약자이다. 일반적으로 설계 과정에서 회의를 하고 회의록을 작성하지만 상세하지 않다. 그래서 매번 회의마다 결정된 사항을 기록하여 이에 대하여 서명을 하는 것이다. 건축가는 설계가 변경되면 이에 준하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 물론 도면에 변경 사항을 기록해 추후 정산하지만 이것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 특히 규모가 작은 공사일수록 이런 현상이 더하다.
설방서를 작성하면 건축주도 함부로 설계 변경을 할 수 없으며 건축주는 이를 통해 설방서에 서명을 하기 전 좀 더 신중해질 것이다. 그리고 건축가 또한 설계 내용에 대하여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게 될 것이다. 시방서만큼 중요한 것이 설방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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