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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지명자가 14일(현지시간) 연방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다음 주 출범할 차기 정부의 국방 정책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방법론으로 추구할 ‘중국 견제’라고 요약할 수 있다. 다양성·평등성·포용성(DEI) 가치를 내세우며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부정하는 젠더이데올로기 등 정치적올바름주의 속에 무너진 미군의 재건이기도 하다. 헤그세스는 모두발언을 통해 “억지력 재확립”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의 공세를 억지하기 위해 파트너·동맹국과 함께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미시시피) 군사위원장이 개회사에서 ‘관료주의’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목하며 헤그세스가 초래할 “전사(戰士) 정신” “에너지와 참신한 아이디어”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도 참석해 헤그세스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 사실을 들어 “최전방 참전 장교 출신 첫 국방장관다운 시각을 제시할 것”이라며 그에게 힘을 실었다.
민주당이 헤그세스의 과거 성폭력·과음 의혹과 성차별 언사 등을 들어 ‘자격 미달’로 몰아세우자 위커 위원장은 “의혹들 출처가 대부분 익명이다. 다수의 공개 지지·칭찬 편지들과 비교해보라” 꼬집었다. 헤그세스는 모든 의혹을 “좌파 언론의 인신공격”으로 일축하며 “기꺼이 견딜 수 있다. 진실과 명예를 위해 떨쳐 일어서겠다”고 말했다. 또 “완벽한 인간은 아니지만 전문성을 갖춘 리더로서 자부심이 있다. 하나님은 ‘준비된 존재’임을 스스로 믿도록 나를 만드셨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국방부가 전투능력·대비태세에 집중하길 원한다. 그게 바로 내가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헤그세스는 “군대 내 표어로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표현이 ‘다양성은 우리의 힘’”이라며 DEI 프로그램 폐기와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이른바 워크(Woke·깨시민주의) 장성들을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군의 전투 보직에도 회의적이다. “군대가 더 효과적, 더 압도적이 못 되게끔 했으며 전투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적올바름주의 비판이 극우·극단주의자 취급을 받는 미국에서 헤그세스에게 공격이 몰리지 않을 수 없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트럼프가 동맹을 경시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한 점이다. 사전 질의 및 서면 답변을 통해 헤그세스는 “세계 최강의 동맹 시스템을 유지해 온 미국”을 내세우며 “동맹·파트너들과의 상호 이익에 입각한 공동 방어가 상대를 압도할 전략적 우위를 창출한다”고 짚었다. 미국 주도 세계 질서의 수혜자들인 동맹·파트너들을 향한 ‘책임 분담 요구’는 사실상 ‘미군 재건을 위한 시간 벌기’다. ‘미국 우선주의’을 단순한 자국 이기주의로 몰아가면 상황의 본질이 왜곡된다.
헤그세스는 “강력하고 건강한 동맹이 되려면 일방적(혜택 제공)이어선 안 된다. 그 이유를 우리 동맹·파트너들은 이해할 것”이라며 국방비 증액과 안보책임 분담를 강조했다. 국내총생산(GDP)의 2%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국방비를 5%로 올릴 것,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액이 현재의 9배 수준인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6000억 원)를 거론한 트럼프의 기조가 적극 실행할 것을 예고한 것으로 읽힌다. 여기서 주한미군 주둔비란 상당 부분 한국에서 지불되는 전기·수도세와 한국인 직원들 급료를 포함한다.
동맹의 부담 확대 관련해선 헤그세스 발언의 방점이 ‘중국 억제’에 찍혀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날 헤그세스가 전 세계 미군 태세 재점검을 예고한 대목을 들어 국내외 주류 언론에선 현재 2만8500여 명 수준인 주한미군도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고 보도했지만 ‘중국 억제’라는 대전제를 생각할 때 ‘주한미군 축소’란 어불성설이다. 트럼프1기 때 기득권 세력의 완강한 저항에 운신이 어려웠고 동북아시아 정세 파악 역시 미진한 가운데 사석에서 나온 ‘주한미군 철수’ 발언을 확대해석하면 반미정서와 트럼프 악마화를 부추길 뿐이다.
다만 육군 중심(약 70%)인 주한미군을 해·공군력 강화 방향으로 재편할 경우 주한미군 규모 조정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또한 미군 주둔비용을 더 부담하며 중국 견제를 위한 역할 확대에 자발적·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견해의 설득력이 높아진다. 얼마든 다른 다양한 측면에서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높이 평가하고 신뢰하던 아베 신조(1954~2022) 전 일본 총리의 전략이기도 했다.
한편 헤그세스가 북핵 위험성을 거론하면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불러 눈길을 끌었다. 이는 그간 미 당국자들이 극력 자제해 온 표현이며 핵무기 개발·보유가 허용된 5개국(미·중·러·영·프)을 가리키는 ‘핵무기 국가’(nuclear weapon state)와 차원이 다르다. 총 6차례 핵실험을 감행해 핵탄두 최소 수십기를 보유하고 있을 북한에 대한 현실적 직시와 대응 각오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그렇다 해서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 원칙을 포기했다고 볼 만한 언급 내지 정황은 없다.
차기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첫 공개 인사 검증이 이날 청문회였다. 법무장관 후보자였던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 전력 등으로 일찌감치 자진 사퇴해 추가 낙마자가 나올지 주목되고 있으나 공화당에선 방어 태도가 확고하다. 현장 방청석의 몇몇 시위자들이 인사말 중인 헤그세스를 향해 “여성 혐오자” “기독교 시온주의자” 등을 외치다 의회 경찰에 끌려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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