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전문가용 독감키트 허용해야 하나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16 00:02:30

최근 독감 환자가 급증하면서 전문가용 독감키트 온라인 판매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국회에서 전문가가 쓰는 독감키트를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의료계는 신뢰도 저하와 위험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 논쟁은 표면적으로는 기술적·정책적 문제로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국민 건강에 대한 책임과 신뢰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체외진단의료기기법에 따르면 체외진단의료기기는 사용 목적에 따른 안전관리·개인이나 공중보건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성 및 사회적 영향력이나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해 1~4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람이나 동물로부터 유래하는 검체를 체외에서 검사하기 위해 쓰이는 만큼 전문가·일반인 구분 없이 통상적으로 전문가용으로 허가받고 있다.

전문가용 독감키트를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의 내용은 간단하다. 국민이 의료기관에 가지 않고도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독감을 진료받기 위해 몇 시간씩 대기하거나 비급여로 검사 비용 3만 원을 내고 독감 검사를 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자가검사키트가 긴급히 도입되면서 초기 진단과 감염 확산 방지에 기여했던 경험은 자가키트의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다. 만약 독감 자가키트가 허가된다면 검사 비용과 시간 부담을 덜고 감염 확산 초기단계에서 대응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계가 지적한 것처럼 진단의 정확성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전문가용 키트와 일반인용 키트 간 신뢰 차이가 크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사례를 통해 확인됐다. 특히 독감의 경우 비인두 깊숙한 곳에서 검체를 채취해야 하기에 일반인이 정확히 사용하기 어려워 위음성의 우려가 더 높아진다.

이러한 결과는 감염된 개인이 자신을 음성으로 판단하고 병원을 찾지 않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는 개인 건강의 악화를 넘어 집단감염 위험을 키울 수 있다.

결국 독감 자가진단키트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국민건강에 대한 책임과 신뢰다. 자가진단키트가 보급되려면 기술적 신뢰도를 확보하고 일반인들도 정확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히 “비강만 찔러도 된다”는 식의 대안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식약처도 감염병 관리와 관련된 진단키트의 자가검사용 허가는 국민보건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로19의 경우 치료제가 없는 신종 감염병 대유행이라는 미증유의 국가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자가검사용 키트를 허가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자가검사키트 허가에 대한 논의는 감염병 관리의 근본적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현재 독감 진단과 치료 접근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외래 신속항원검사에 급여를 적용하거나 검사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자가키트가 아닌 공공 의료체계의 보강이 더 필요하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독감 자가진단키트 허용은 단순한 편의성 제공의 문제가 아니다. 이 도구가 신뢰할 수 있는 정확성과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이는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시대의 금기를 깨는 정론지 스카이데일리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만들어집니다.

정기 후원 독자께는
스카이데일리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초대, 할인 혜택 등을 드립니다.

매월 5만 원 이상 정기 후원 독자께는
스카이데일리 신문과
스카이데일리가 발행하는 최신 단행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