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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그린란드(덴마크령)와 파나마운하 관련 언급의 공통된 메시지는 ‘중국 견제’로 볼 수 있다. 관련 보도를 ‘트럼프의 제국주의적 영토 야욕’으로 몰아 간 국내외 주류 언론 분위기를 경계하며 국익 차원의 냉철한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덴마크가 트럼프 당선인 측에 그린란드의 안보 강화와 이곳에 주둔해 온 미군의 증강 방안을 논의할 의사를 비공개로 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11일(현지시간)자는 트럼프가 지난달 22일 신임 주덴마크 대사 지명을 발표하면서 “국가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의 그린란드 소유권 및 지배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밝힌 것을, 집권1기 때에 이어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거듭 드러낸 것으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짚었다. 트럼프는 7일 자기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장남의 그린란드 방문 사실을 확인하면서 “매우 악랄한 외부 세계로부터 그곳을 보호하며 아낄 것”이라고 말했다. 획득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린란드 천연자원의 매력도 악시오스는 주목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의 석유·가스뿐 아니라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반도체·전기차 제조에 필수적인 희귀 광물의 풍부함, 지구온난화에 따라 해운과 천연자원 발굴이 더 용이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린란드를 통해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패권에서 자유로워지며 기존 제해권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그린란드 획득 성공 여부를 “트럼프가 (미군 증강) 협상 승리에 만족할지, 80년 만에 처음 새 영토를 확보한 대통령이 되려 할지의 문제”로 보기도 한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10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덴마크인도 미국인도 아닌 그린란드인이 되고 싶다”면서도 “협력이란 해결책을 위해 노력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기집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전 세계 모두가 이해할 것”이라며 ‘독립 열망’을 천명했다. 그린란드 인구(5만6000명) 중 85~90%가 동북아시아인과 비슷한 외모의 이누이트족이며 서구어와 달리 주어-목적어-동사 어순의 언어(그린란드어=이누이트어)를 쓴다.
이날 기자회견은 덴마크와 자치령인 페로 제도 및 그린란드 지도부 간 정례 회동이 끝난 뒤 열렸다.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이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대화를 촉구했다. “미국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 “강력한 협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것을 하겠다”며 전날 트럼프 측에 대화를 요청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린란드는 냉전 시절 소련 잠수함이나 미사일의 조기 탐지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국의 방어에 핵심 역할을 했다.
트럼프 발언이 진심임을 파악한 덴마크가 서둘러 상황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만들지 않고도 안보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득하기 위해서라는 게 악시오스의 분석이다. 사흘 전 취재진이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 확보에 군사·경제적 강압수단 사용을 배제할 것이냐 묻자 트럼프가 “확언할 수 없다”고 답한 터라 이날 덴마크·그린란드 총리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사안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편 트럼프가 지난달 21일 파나마 주재 대사 인선을 발표할 때 파나마운하 운행료를 “갈취” “바가지 요금”에 비유했으나 사실상 비난 화살의 목표물은 운하의 운영 및 투자자인 중국이었다. 25일 트루스소셜 글로 “(파나마 파견 중인) 멋진 중국군을 포함해 모두에게 즐거운 성탄절이 되길 바란다”며 인사한 다음 “그들은 파나마운하를 정성껏 불법 운영 중”이라고 꼬집었다. 또 “110년 전 건설 당시 (미국노동자) 3만8000명이 목숨을 잃은 파나마운하”라며 “중공이 아니라 파나마에게 선물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트럼프의 행보를 지지하는 듯한 글이 8일 공화당 하원 외교위원회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왔다. “미국은 전사와 탐험가에 의해 건국됐으며 서부 개척과 두 차례 세계대전 승리에 이어 최초로 달에 깃발을 꽂은 나라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위한 가장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큰 꿈을 두려워한다면 미국적이지 않다”는 내용이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경우 이날 더힐(의회 전문매체)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자세를 한층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여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관련 발언을 거론하며 “북극해가 더 열리면 중국·일본·한국까지 최단 거리는 북극을 가로지르게 된다. 이 무역 루트에 힘을 투사할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를 향한 강력한 의도적인 메시지이자 ‘미국을 다시 야심차게 만들기’”임을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측에선 현 상황의 의미를 축소 내지 외면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그린란드·파나마운하 등의 명칭이나 소유권이 미국으로 바뀌는 것보다 이 나라 모두를 위한 아메리칸드림 되살리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역시 프랑스 방문 중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좋지 않은 아이디어” “실현 불가한 일에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며 트럼프의 그린란드 및 파나마운하 구상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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