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선진 정예 강군 육성’ 과연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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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04 00:02:30

“국방부가 엔터테인먼트 회사 같다. 기념행사 때마다 군인들을 동원해 보여주기 식 쇼를 하느라 국군의 사기가 쇼맨십에만 치중된다.” 최근 기자가 만난 복수의 군 중간간부 전역자의 전언을 종합하면 이렇다.

군인복무기본법에는 ‘군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선진 정예 강군 육성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적시돼 있다. 그런데 기본권은 지켜지고 있는가.

주목할 건 ‘선진 정예 강군 육성’의 방향성이다. ‘K방산’의 신화라 불리는 하드웨어는 세계 5대 방산 수출국 도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강력한 정보통신(IT) 산업과 융합된 방산 기술은 드론·로봇·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아우르며 전차·함정·항공기·미사일 등 무기체계 다양화와 첨단시스템 개발에 집중됐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완성되면 무엇하나. 탑재되어야 할 소프트웨어인 ‘정예 강군 육성’이 아직 멀었는데.

권위주의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형식적 행사에 국가안보의 최전선에서 주적과 맞서 싸워야 할 국군이 대거 차출되어 대중의 눈요깃감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육군 특전사는 오만가지 방산 쇼와 전승 행사에 ‘태권도 시범’을 보여 주기 위해 동원된다.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기왓장 격파’는 현대 전술에서 사용되지 않은 지 오래되었지만 ‘전승 행사’를 위해 매일 고된 훈련이 이어진다고 한다.

국군 방송 위문열차에선 현역 국군이 아이돌의 춤과 노래를 연습해 장기 자랑을 한다. 외에도 취업박람회와 경연대회 등에 국군 허리인 간부들이 대거 동원된다. 최근 전역한 소식통은 “‘6·25 전쟁일’과 같이 국군이 꼭 기억해야 할 기념일을 제외하고는 기리지도 말고 국군들을 부디 훈련에만 전념하게 해달라”고 털어놨다.

건군 초창기 때 주변 민심을 사기 위한 목적으로 군인들이 나가던 대민 지원 사업이 현재까지 남아 전술 훈련 집중을 방해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따르면 대민 지원에 동원된 군병력은 2022년 기준 1월9월까지만 해도 102만여 명에 달했다. 지역 축제·지방자치 행사 등에 동원되는 것을 넘어 농경지 복구부터 해안 정화 활동 및 폭설·태풍·호우 수습까지 하고 있다. 인권위는 군이 대민 지원에 동원되지 않게 규정을 개정하라고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까지 했다.

우리 군은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도 인프라도 부족하다. 현장에서는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 외에는 전장 경험 자체를 누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훈련 인력’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각 작전 별 숨은 군 기강의 핵심 인력인 부사관들은 ‘전투력의 꽃’이나 다름없다. 고도의 전술 기법으로 다져진 이들이 병사들 훈련에 우선해 불필요하다 싶을 정도의 과도한 행정업무와 잡무 등에 동원되기 일쑤다. 전사가 되고 싶어 군에 들어왔으나 ‘군인 아저씨’가 되어 버려 떠나는 이들이 숱하다. 형편없는 처우에 우수한 군간부들이 떠날수록 국가안보는 모래성이 되고 만다.

최근 주적 북한은 러시아에 특수부대를 대거 파병해서 실전 경험 능력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병으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전술형 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추진잠수함(SSN) 및 군사정찰위성 기술 등을 이전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평가받는 무인기 부대를 보유한 마당에 북한 김여정은 최근 무인기 도발까지 암시했다. 우리에겐 무기가 있으나 운용 인력이 없고 병사가 있어도 훈련 간부가 부족하다. 미흡하기만 한 국군 훈련과 육성 수준은 곧바로 ‘군 기강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총체적 국가안보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우리 국군은 반드시 ‘선진 정예 강군’이 되어야 한다. 강군 육성을 위해 국방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