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황산 품질’ 여론전에… 삼성전자 불편한 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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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 차질 자료 배포
삼성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하이닉스 “다른 공급처 있다”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30 17:11:19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때문에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0일 일제히 고려아연 보도자료에 대해서 손사래를 쳤다. 고려아연 주장과 달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거라고 걱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려아연은 29일 ‘반도체 업계, 고려아연 반도체 황산 품질 유지 우려’라는 이름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황산을 공급하는 고려아연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황산 고객사들이 품질 우려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를 지속해서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카이데일리가 문의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에 전혀 차질이 없다고 답변했다. 스카이데일리는 고려아연에도 어느 회사가 품질 우려를 제기했는지 물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답변을 거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악용됐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여러 언론사로부터 고려아연 관련 사실 확인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할 일도 많은데 왜 이런 대답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황산은 반도체 생산에 중요한 소재다. 황산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이나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사용된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황산을 연간 140만 t 생산해 삼성전자 등에 공급한다고 알려졌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우리나라 수출에서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려아연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른 회사 경영권 문제를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황산 공급처는 고려아연 외에도 있다고 언급했다. 고려아연이 아니더라도 반도체 웨이퍼 세척용 황산을 공급할 회사가 있다는 뜻이다.

고려아연은 29일 정오 고객사 이름을 뺀 보도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고 반도체 황산 주요 고객사들이라고 표현했다. 고려아연 보도자료는 반도체 업체가 경영권 분쟁 사태를 우려해 고려아연으로부터 받는 반도체 황산 물량을 조정하고 공급처를 다양화해 고려아연에 큰 손해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 반응은 달랐다. 공급망 다양화는 원래부터 진행하고 있었고 경영권 분쟁과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어떤 회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당한다고 해서 기존 생산라인을 뜯어내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업계에서도 이전부터 황산 공급망에 대한 다변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별 차질없이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