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쓸 줄알고 수십만 원 썼는데… 또 문제된 ‘섭종 먹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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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젠, 7월31일 서비스 종료 계획 없다 밝힌 후 8월 22일 서비스 종료 발표
사용하지 않은 아이템만 환불·법적 강제성 없어… 이용 기간 보장 필요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24 13:01:50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고 갑작스럽게 서비스를 종료하는 ‘섭종 먹튀’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게임 표준 약관에 서비스 종료 시 환불 관련 조항이 있기는 하나 법적 강제성이 없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웹젠은 올해 8월22일 모바일 수집형 RPG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서비스 종료 시점은 10월17일이다. 웹젠은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사용하지 않은 유료 환마석 아이템에 대한 환불을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서비스 종료 발표 이전에 이용자들 사이에서 서비스 종료가 예정됐다는 설이 퍼지며 웹젠에 단체 문의를 넣었고 웹젠은 7월31일 서비스 종료가 검토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 논란이 됐다. 웹젠은 7월31일 이후에도 현금성 아이템 및 캐릭터 출시도 계속한 바 있다.

그러나 웹젠의 환불 정책에 대해서 이용자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환불 대상이 사용하지 않은 유료 환마석이 한정됐기 때문이다. 환마석은 게임 내에서 캐릭터 뽑기 등을 하는 데에 사용되는 아이템이다. 유료 환마석을 이미 사용해 캐릭터를 뽑았을 경우 환불 대상이 아니다. 상당수의 게임이 재화나 패키지를 구매한 후 사용해 실제 게임에 사용되는 아이템을 습득하는 구조를 채택하기 때문에 재화나 패키지를 구입하면 바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게임 이용자는 “요즘 수집형 게임들 캐릭터 하나 뽑는 데에 많으면 몇십만 원까지 드는데 두 달 뒤에 게임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하면 돈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며 “서비스 종료를 더 일찍 발표하게 하거나 서비스 종료 몇 달 전에 결제한 금액은 아이템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환불해 줘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일본 서버도 있고 글로벌 서버도 있어서 앞으로 나올 캐릭터나 콘텐츠를 예상할 수 있으니 여기에 맞춰서 돈을 써왔다”며 “서버 이전이라도 해달라고 했지만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 표준 약관에 따르면 게임 서비스를 종료했을 경우 사용하지 않은 아이템에 대해 이용자는 환불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법률이 아닌 표준 약관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 이에 더해 사용하지 않은 아이템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번 사례처럼 갑작스럽게 서비스를 종료한다면 훨씬 더 긴 시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아이템을 구매한 소비자가 뒤통수를 맞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2월 온라인 게임 표준약관과 모바일 게임 표준약관을 개정해 서비스 종료 이후 최소 3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유료 아이템 환불 절차 이행을 위한 전담 창구 등을 마련해 운영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사용한 아이템에 대한 환불도 포함하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게임사에 너무 불리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료 아이템이나 재화를 판매하고 갑작스럽게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은 주로 해외 중소 개발사 게임에서 자주 이뤄졌다. 그러나 웹젠은 2000년 창립 이후 ‘뮤 시리즈’ 등 다수의 히트작을 발표해 업계에서 입지를 가지고 있는 중견 기업임에도 이러한 논란이 발생했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은 “이번 사례는 게임사가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지 않는다고 이전에 공지한 바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 대한 기만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지만 나머지는 게임사의 선의에 맡겨야 한다”며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에 대한 권리를 인정해 주거나 게임사가 보장하는 이용 기간 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