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빅컷’에 이견… 보먼 “대규모 인하 성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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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이사로선 2005년 이후 첫 내부 이견 표출
“‘인플레 목표치 잡혔다’는 데이터에 오류 있어”
트럼프 “빅컷은 정치적 움직임… 해선 안 됐다”

허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21 16:07:26

▲ 미셸 보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20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성급한 결정"이라며 연준의 조치를 금융시장이 잘못 해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 로이터 보도 캡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규모 금리 인하(빅컷)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미셸 보먼 이사가 20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성급한 결정”이라며 연준의 조치를 금융시장이 잘못 해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21일 로이터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보먼 이사는 “0.25%p(25베이시스포인트) 인하를 지지했다”며 이같이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이견을 표출했다.

앞서 연준은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0.5%p 낮췄다.

FOMC는 참여자의 찬반을 비밀에 부치고 합산 결과만 공개한다.

통상 2주 뒤 공개되는 의사록을 통해 통화정책 결정 과정을 가늠하지만 그녀가 직접 발표한 성명으로 누가 반대했는지와 반대한 근거가 조기에 명료하게 밝혀졌기 때문에 미국 언론들과 외신들은 앞다퉈 이 소식을 속보로 타전했다.

연준이 이틀간 소집하는 FOMC 정례회의에는 19명이 참석해 통화정책의 향배를 결정한다. 이중 12명이 기준 이자율 결정 투표권을 행사한다. 여기엔 뉴욕 연준의장과 이사 7명 등 8명이 포함된다. 이사 7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연방상원이 승인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1995년 이전에는 연준 이사들의 반대가 드물지 않았지만 이후부터 최근까지 90건 이상 중에는 연준 의장들이 제시한 반대 의견도 다수를 차지했다.

통상 의장은 대외적으로 의견 불일치가 알려지면 연준의 신뢰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보고 최종 결정에 대한 합의 또는 타협을 추구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번 FOMC 회의에선 다른 연준 이사 11명은 0.5%p 인하 결정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5.25~5.50%에서 4.75~5.00%로 내려갔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이후 연준의 첫 번째 빅컷 단행이었다.

보먼 이사가 최종 합의에 반대 의견을 표출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가장 최근엔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 연준의장이 2022년 6월 75bp(0.75%p) 인상 기조에 맞서 인하 폭을 줄여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또한 같은 해 3월과 2019·2020년 9월 세인트루이스·댈러스·보스턴 연준의장 등이 각각 반대 의견을 표출했지만 이들은 모두 연준의 지역은행 의장(총재)였다. 대통령이 지명하는 이사로선 2005년 이후 보먼 이사가 처음이다.

로이터는 “제롬 파월 의장이 의견을 전원 일치시키려는 것을 결정적인 순간에 막았다”고 촌평했고, AP는 “인플레와의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그녀의 우려가 실현됐다”고 보도했다. 아메리칸 뱅커(American Banker)는 “금융가에 드리워진 경제 암운에 반기를 들었다”고 봤으며 블룸버그는 “인플레가 여전히 목표치를 상회하는 데 따른 우려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배런스(Barron's)는 “연준이 ‘인플레와의 전투(fight against inflation)’ 임무를 성취한 것으로 너무 일찍 선언했다”는 보먼 이사의 성명을 발 빠르게 다뤘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피력하면서 “이견도 과정의 일부이고 잘못된 것은 아니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보먼 이사는 20일 성명에서 인플레를 잡았다는 통화당국의 기조는 잘못된 데이터에 기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인플레가 목표치인 2%를 상회하는 상태가 유지되는 데다 시장이 빅컷의 단행을 ‘성급한 승리 선언(a premature declaration of victory)’으로 잘못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고 대규모 금리 인하에 반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고용시장과 경제는 여전히 견조하다”면서도 “근원 소비자 물가가 12개월 전보다 2.5% 더 빠르게 치솟고 있다”고 강조했다. 근원 소비자물가는 월별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은 제외하고 산출한다.

보먼 이사는 또 “우린 아직 인플레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면서 “좀 더 중립적인 정책 기조를 염두에 둔 속도로 움직이는 게 인플레를 목표치인 2% 아래로 떨어뜨리는 (통화정책의) 추가 진전을 보장할 것으로 믿는다. 이 접근 방식은 불필요하게 수요를 부추기는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빅컷은 정치권에서도 핫이슈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했는지 변동성과 안정성을 판단할 주요 근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가 일각에선 이번 대규모 금리인하가 바이든행정부 초기부터 로켓 상승해 온 물가가 잡혔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국민에게 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월 대선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은 “빅컷은 정치적 움직임(political move)”이라며 “대선 전에 해서는 안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뉴스맥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인플레를 잡지 못했다. 놓친 것”이라며 “(정책 실패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 물가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직격했다.

허겸 기자 k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