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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좌·우가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이하고 특별한 경험
2008년 5·6월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전 국민이 이야기책이나 영화에서조차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는 특이한 경험을 한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전 국민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안겨 준 그 사건의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압도적 표 차로 승리한 새 정부가 출범하고 단 두 달여 만에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이다.
2007년 12월19일 치러진 제17대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당내 갈등과 불화, 이회창 총재의 무소속 출마 등 분열이라는 치명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48.67%라는 압도적 득표율, 민주화 이래 최대 득표 차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부동산 정책 등 노무현정부의 실정으로 국가 경제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무렵이라 정주영 회장을 보필해 현대그룹을 키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경제인 출신의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또한 △7% 경제성장률 △10년 내 4만 달러 국민소득 △7대 경제 강국의 구호를 내건 ‘747 공약’이 국민의 마음에 새롭게 뛰어 보자는 희망을 심어 준 결과였다.
그리고 이어서 국민의 압도적 지지 속에 2008년 2월25일 이명박정부가 출범했다. 그런데 새 정부가 출범하고 불과 2개월 후부터 2개월간 대한민국 전역에 촛불시위라는 광풍이 몰아친 것이다.
당시 전국의 시·도 전역이 시위의 광풍에 휩싸였고 경찰 등 공권력은 무력화되어 대응능력을 상실하다시피 했다. 독재체제를 종식시키고 대통령직선제로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간절한 국민적 열망이 분출했던 1987년 6.10항쟁 이래 최대의 반정부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을 방문했는데 이때 정부 대표단은 4월18일 미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타결지었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졸속 협상·광우병 위험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일부 부정적 여론이 있었지만 촛불시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8년 4월29일 공영방송인 MBC TV의 인기 프로그램인 PD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이 방영된 후 인터넷을 통해 악성 괴담이 급속히 확산되었다. 그리고 곧이어 5월2일 첫 촛불시위가 일어났다.
어처구니없는 괴담들
이후 촛불시위가 확산되면서 괴담의 정도도 더욱 심해졌다. “소를 이용해 만드는 라면·캡슐 약·과자 등 식품은 물론 화장품·생리대·기저귀 등 600가지 제품을 사용해도 광우병에 전염된다” “광우병 쇠고기를 다룬 칼과 도마에 의해 수돗물까지도 오염된다” “미국 내 치매 환자가 500여만 명인데, 이 중 25∼65여만 명이 인간 광우병으로 추정된다” 등의 가짜뉴스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 전용 카페들에서도 미국 소는 곧 미친 소이며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으로 죽는다는 공포감을 조장하는 괴담들이 확산되었다. 어린 학생들까지 “광우병 때문에 죽는 게 억울해요. 아직 나이도 어리고 꿈도 못 이루고, 이제 막 공부 시작할 나이인데…” “광우병 걸리면 100% 죽는다는데, 난 아직 살아야 할 길이 많이 남았어요” “나는 죽기 싫어요. 아직 인생의 5분의 1도 못 살았어요”라는 반응을 보이는 등 곳곳에 불안 심리가 만연했다.
서울의 광화문 등 도심의 거리들은 촛불로 넘쳐났다. 중·고등학생들은 물론 아직 판단력이 성숙되지 못한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촛불을 들고 나섰다. 유아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도 있었다. 촛불시위를 촛불 축제로 생각하고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촛불시위가 점차 과격한 시위로 변질되며 시위대가 청와대 진격을 시도하고, 경찰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양쪽 모두에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촛불시위의 정체
언론의 과잉 보도와 인터넷을 통한 유언비어가 난무했던 촛불시위는 우리 사회에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무엇보다 심각한 일은 경제 위기와 이념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어야 할 구심체인 대통령과 정부의 권위가 크게 손상된 것이었다.
2개월간 진실로 건강이 염려되어 촛불시위에 동참했던 어린 학생들도 상처를 입었다. MBC PD수첩의 왜곡 보도를 사실로 믿었던 사람들에게는 언론에 대한 깊은 불신감을 심어 주었다. 한편으로는 촛불시위대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경찰이나 정부의 미적지근한 대응을 경험하면서 ‘시위를 하면 정부가 꼼짝 못 하는구나’ ‘대통령을 마구 욕해도 되는구나’ 등을 가르치는 생생한 현장 교육의 장소가 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면 촛불시위의 정체는 무엇일까. 2개월간 나라를 혼동 속에 몰아넣고 홀연히 사라진 촛불. 고속도로상에서 60중 추돌사고를 일으켜 놓고 종적도 없이 사라진 아침 안개 같은 것이 아닐까. 어떤 계기가 마련되면 언제든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 그래서 우리는 다시 있을지 모를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안개의 본질을 파헤쳐야 한다.
2008년 촛불시위의 발생·확산·소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것은 대한민국에 내재되어있던 복잡한 요인들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MBC PD수첩의 왜곡 보도·반미 감정·인터넷의 발달·좌익 성향 세력의 개입·북한의 전략 전술·국민의 정서적 측면 등 다양한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촛불시위에 관한 의문점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발단이 된 반미·반정부 촛불시위는 2008년 5월2일 첫 번째 시위가 일어난 이후 2008년 8월 15일 백 번째 시위로 대체적인 막을 내렸다. 2002년 여중생 효순·미선이의 미군 장갑차 압사 사건에서 시작된 촛불시위가 2008년 미 쇠고기 수입 협상을 계기로 대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단군이 이 땅에 국가를 세운 이래 최대의 촛불이 동원되었다. 그 피해 규모는 수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8년 미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에 대해 궁금한 점을 열거해 본다.
첫째,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일으킨 계기는 MBC PD수첩의 왜곡·과장 보도였다는데, 무엇을 어떻게 왜곡·과장 보도했다는 것일까.
둘째, 촛불시위에는 일부 세력의 반미 감정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반미라는 구호를 내걸면 몇 달씩이라도 촛불시위를 마다하지 않던 사람들이 왜 반북·반중·반일 행사에는 촛불시위를 하지 않는 것일까.
셋째, 2008년 촛불시위에서 인터넷은 어떤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 국가의 정치·정책에 어떤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가.
넷째, “촛불시위는 광우병 쇠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문화 축제다” “아니다. 좌익 성향 세력이 주동한 반정부·반체제 시위에 일반 시민이 말려든 것이다” 이 주장들 중 도대체 어느 말이 맞는 것일까.
다섯째, 국민들은 MBC PD수첩에 자극받아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는데, 이것이 우리 국민의 성향과 관계는 없는 것일까.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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