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몰카가 우리와 무슨 관련이냐’는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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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국회·경찰·민간업체 모두 총체적 난국
民과의 신의 지킨 상앙의 이목지신 정신 절실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23 06:30:30

▲ 20일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청 자료를 인용해 “몰카 범죄용 변형카메라 단속이 0건”이라고 밝혔다. 기자도 서울 영등포구에서 각종 ‘기묘한’ 자세로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이들을 하루에도 수십 번 목격했다. 이들의 휴대전화에서 촬영음은 나지 않았다. 연합뉴스

상앙(商鞅)은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법가(法家) 사상가·정치가다. 고강도 변법으로 사회에 만연한 그릇된 풍조를 뜯어고쳐 훗날 진나라 천하통일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진효공(秦孝公)에게 중용된 상앙은 범죄자 단죄와 땀 흘려 일하는 사회 기풍 확립에 특히 주력했다. 죄 지은 자는 부귀·지위에 상관없이 처단하고 한 가구에 일하지 않는 장정이 둘 이상 있으면 세금을 배로 내게 한 것이 그것이다.

그간 일손을 놓은 채 불로소득·범죄 수익으로 무위도식했던 이들의 저항은 컸다. 우선 기득권층 반발이 거셌다. 상앙은 공언한 대로 지위가 높다 해서 봐주지 않고 법대로 처벌했다. ‘태자’의 스승 백부의 코를 벤 게 대표적 사례다.

상당수 백성의 반항도 만만찮았다. 이에 상앙은 아이디어를 냈다. 하루는 도성 남문 쪽 저잣거리에 나무 하나가 심어졌다. 상앙은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면 황금 10냥을 준다”고 약속했다. 사람들이 코웃음 치자 상앙은 노임을 황금 50냥으로 올렸다. 어떤 자가 나무를 옮기자 정말로 황금 50냥을 주었다. 성실한 근로의 결실을 깨달은 백성은 이후 앞 다퉈 일터로 달려가고 법을 준수했다. 이 일화에서 이목지신(移木之信·위정자는 백성과의 신의를 지켜야 한다)의 고사가 나왔다.

변법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사기(史記)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변법 시행 후 10년이 되자 길바닥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주워 가는 사람이 없었고 범법자는 자취를 감췄다.”

하루가 멀다고 몰카 정황이 우리 사회에서 포착되고 있다. 최근에도 기자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샛강역 인근에 소재한 대형 편의점 업체 S사의 모 지점 야간 직원이 오른팔에 문신을 한 채 ‘하필’ 점포 창밖으로 휴대전화 카메라를 한참 들이밀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본사 홍보팀 관계자는 해당 시간대의 점포 CCTV 영상은 확인하지 않았다며 ‘그 직원은 촬영한 적 없다더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이목지신해야 할 위정자들 태도는 한층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서울시를 대변하는 직위에 있는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몰카와 서울시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영등포구가 지역구인 국회의원 A씨는 장기간 연락조차 안 된다. 경찰은 우범지대를 가뭄에 콩 나듯 순찰 다니고 있다. 기자는 몰카 범죄 취재 와중에 길거리에서 괴한으로부터 폭행당했다. 이러니 심지어 ‘영부인’ 몰카 촬영까지도 버젓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몰카는 정치권이 입으로만 근절을 다짐 중인 딥페이크 범죄로 이어질 여지가 다분하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위정자들의 이목지신 자세가 절실한 때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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