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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가 열리면서 여야 모두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입장을 내비치면서 단통법 폐지 논의가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제4통신사 출범은 사실상 무산되는 등 통신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이를 둘러싼 통신 3사와 알뜰폰 사업자 등 통신 서비스 업계에선 각각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기대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단통법 폐지되나… 통신3사 마땅찮지만 침묵·레드오션 시장 상황에도 경쟁 활성화 전망도
휴대전화 등 단말기 판매업자가 고객에게 보조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고객 차별 행위를 막기 위해 2014년 도입된 단통법은 추가 보조금을 단말기 지원금인 공시지원금의 15%까지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후 시장 경쟁이 제한돼 지원금 혜택이 하향 평준화됐고 불법 보조금이 성행하면서 고객 차별을 없앤다는 단통법의 도입 취지마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그간 단통법 폐지 논의가 이어져 온 가운데 정부는 1월22일 단통법 폐지 기조를 밝혔다. 이를 통해 통신사와 유통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시켜 국민들이 저렴하게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단통법 폐지 필요성이 수차례 논의된 국회에서도 여당인 국민의힘 뿐 아니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최근 단통법 폐지 기조를 밝히면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에 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에 대해서는 무선사업 통신시장 둔화에 따른 저조한 시장 성장세 상황에서 단통법 폐지로 마케팅 비용 부담까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4년 단통법 도입 이후 마케팅비가 절감된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조6000억 원대에서 2015년 3조1600억 원대로 크게 증가했는데 2021년부터는 3년 연속 4조 원대에 이어 지난해 4조4000억 원대였다.
반면 통신3사의 합산 마케팅비 지출은 2014년 8조8000억 원대에서 2015년 7조8000억 원대로 1조 원가량 줄었다. 이후 마케팅비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물가 상승에도 과거와 비슷한 수준인 7조~8조 원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마케팅비가 늘어날 전망이 있는만큼 마냥 반갑지 않고 이에 대한 의견도 있지만 통신업 자체가 규제사업이다 보니 통신사들이 쉽사리 정부 정책 등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기존 통신업계에서는 단통법 폐지에 따른 정책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과거와 같은 통신사 간 과열경쟁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데 단통법 도입 당시와 달리 통신 보급률도 굉장히 높은 포화상태라 현재 통신시장이 과열 경쟁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정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를 보면 휴대폰 통신회선 수는 약 5600만 개를 넘어서 이미 인구수보다 많은 회선이 개통됐다”며 “통신 시장이 이처럼 레드오션인 만큼 점유율 탈환 경쟁에 투입되는 재원 대비 얻을 수 있는 실익 자체가 줄어 과거 단통법 도입 당시처럼 통신사간 마케팅비 출혈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단통법 폐지에 따라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탈통신 분위기에도 통신 3사가 여전히 전체 매출을 통신 사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통신 사업의 업계 가입자 수 순위에 민감하기 때문에 단통법 폐지로 인해 자유로운 경쟁환경이 조성될 경우 통신사 간 마케팅비 출혈 경쟁이 재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단통법이 폐지되면 지난해 이동통신 가입 회선 순위 2·3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KT와 LG유플러스가 순위 경쟁전을 재차 벌일 것이며 자연스레 통신 3사간 마케팅비 경쟁도 다시금 불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줄곧 업계 2위와 3위를 유지하던 KT와 LG유플러스의 정부 무선통신가입회선 수 통계 순위가 역전되는 일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양사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단통법 폐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업계 타격이 예상되는 알뜰폰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포화상태에 가까운 통신 시장에서 통신 3사는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알뜰 통신 가입자를 노리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며 우려섞인 전망을 내놨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진행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단통법이 폐지되면 알뜰폰 이용자의 절반이 이통3사로 이동할 수 있다고 답했다.
휴대폰 교체 예정자 77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해당 조사에서 기존 알뜰폰 이용자의 48%가 보조금이 많은 통신 3사로 이동하겠다고 답변했다. 전체 통신 서비스 가입자의 37%도 마찬가지로 보조금이 많은 통신사로 이동하겠다고 응답했다.
제4통신사 출범 무산… 업계 경쟁 활성화 의견 분분·알뜰폰 업계 정부 지원 기대
한편 정부의 통신3사의 과점구도를 깨기 위한 제4통신사 출범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기존 통신3사와 알뜰폰 업계도 예의주시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스테이지엑스의 자본금 조성 계획을 신뢰할 수 없다. 스테이지지엑스가 자본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주파수 할당 대가 3870억 원 납부, 설비 투자, 마케팅 등 통신사로서 적절한 사업 수행이 어렵다”며 사실상 스테이지엑스의 제4통신사 후보 자격 취소 절차에 나섰다.
과기정통부는 27일 스테이지엑스를 상대로 청문을 진행한다. 스테이지엑스 측은 청문 자리에서 적극적인 반박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상황이 크게 뒤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제4통신사의 출범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기존 통신3사의 과점 구도가 더 공고해지면서 시장 경쟁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통신3사간 경쟁이 오히려 치열해질 것이라는 반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알뜰폰 업계는 제4통신사 출범 무산에 따라 정부의 업계 육성책이 다시금 알뜰폰 업계로 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제4통신사 사업이 무산되면서 제4통신사로 향하던 정부 지원이 알뜰폰 업계로 향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알뜰폰 육성책에 다시 힘이 실릴 수 있다”며 “현재로선 통신사업자 간 경쟁 활성화를 이끌 방법은 알뜰폰 육성뿐이다. 알뜰폰 업체들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통신 요금 규제 강도를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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