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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 늦가을의 바람이 스치던 28일 오후,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89명이 정식 장교로 임관했다. 해군 75명(여군 18명 포함)·해병대 14명(여군 3명 포함)이 모자를 고쳐 쓰며 계급장을 달았다. 가족과 동기, 선배 장병 등 13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다는 묵직한 축포처럼 함정의 위용으로 응답했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이 주관한 이번 임관식은 11주간의 고된 교육훈련을 마친 젊은 장교들의 첫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국민의례와 상장·수료증 수여, 임관사령장 및 계급장 수여, 임관선서와 축사가 이어졌고, 마지막에는 해상‧공중 사열로 장교의 길을 여는 상징적 장면이 펼쳐졌다.
행사장 앞 해상에는 세종대왕함(DDG·7600톤), 왕건함(DDH-II·4400톤), 노적봉함(LST-II·4900톤), 잠수함 정지함(SS-II·1800톤)과 나대용함(SS-I·1200톤)이 자리 잡았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MUH-1)도 상공을 돌며 신임 장교들의 임관을 기념했다. ‘대한민국 바다의 방패’가 총출동한 장면은, 이들이 앞으로 맡을 책임의 무게를 소리 없이 말해 주었다.
최우수 성적을 거둔 박소은 해군소위(함정)와 조민규 해병소위(보병수색)가 국방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박 소위는 “선배 전우들이 목숨으로 지켜온 바다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고, 조 소위는 “해병대정신으로 국민이 신뢰하는 장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외에도 합참의장상 정승빈·육다빈 소위, 해군참모총장상 정호영·임지원 소위 등 각 부문 수상의 면면은 각기 다른 길을 걸어온 인재들로 채워졌다. 올해 임관식에서는 유독 특별한 이야기를 지닌 장교들이 눈길을 모았다.
부자(父子) 장교의 탄생도 있었다. 강병윤 해군소위(함정)는 강명길 해군 제5기뢰·상륙전단장의 아들로, 계급장 수여식에서 제독인 아버지가 직접 계급장을 달아주며 연병장에 뭉근한 감동을 남겼다. “기회가 된다면 아버지가 함장으로 지휘했던 구축함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강 소위의 말에는 바다를 향한 오래된 꿈이 배어 있었다.
쌍둥이 형제가 함께 항공장교로 서는 장면도 연출됐다. 지난 6월 먼저 임관한 명찬양 소위에 이어 형인 명찬희 소위가 이번에 장교의 길에 올랐다. 두 사람은 “머지않아 같은 하늘에서 임무 비행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군번만 세 번째인 해병대 장교도 탄생했다. 육다빈 해병소위는 해병 병 1218기, 해병대 부사관 370기를 거쳐 장교까지 임관했다. “해병대 병·부사관으로 배운 전투 기량에 장교의 책임을 더해 진정한 해병이 되겠다”는 그의 포부는 단단했다.
참전용사의 뒤를 잇는 손자 장교도 있다. 고정수 해병소위(보병통역)는 베트남전에서 무공훈장을 받은 외조부의 발자취를 잇는 해병 장교다. “귀신 잡는 해병대의 신화를 들으며 자랐다”는 소위의 말은 전통과 책임이 이어지는 한 가문의 시간이었다.
군에서 군으로… 다시 군복 택한 이솔·이주리 소위
강동길 해군참모총장 “국가와 국민만 바라보라”
해군·해병대, 새로운 ‘89명’의 출발
다른 군에서 경력을 쌓고 다시 해군 장교로 돌아온 이들도 있다. 이솔(항공조종)·이주리(정보통신) 소위는 각각 공군대위로 복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두 번째 장교 군번을 받았다. 두 사람은 “상하좌우 소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군 장교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강 참모총장은 축사에서 “해군·해병대는 이 나라의 해양주권과 평화를 지켜온 충무공의 후예”라며 “여러분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향해 걸어가는 장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관을 마친 신임 장교들은 군사 초등교육을 거쳐 각급 부대로 배치된다. 누군가는 바다 아래를 지키고, 누군가는 항공전력을 이끌며, 누군가는 상륙작전을 준비할 것이다.
사진=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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