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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나 성인 가구원 대신 환자 간호와 집안일, 농사일까지 맡는 가족 돌봄 아동이 전국에서 최소 1만764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도 각각 518명, 985명 등 합계 1500명 이상이 확인됐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17일 공개한 ‘13세 미만 가족 돌봄 아동 현황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 요약본에 따르면 성인 가구원이 없는 가정에서 주된 돌봄을 떠맡은 아동이 전국적으로 최소 1만7647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사회보장 행정 데이터를 활용해 실시했으며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가족 돌봄 규모를 추정한 국내 첫 사례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3906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 2519명, 경북 1329명, 경남 1275명, 부산 1145명, 전남 985명, 전북 941명, 광주 518명 순이었다.
이번 수치는 성인 가구원 동거 여부 등을 기준으로 한 보수적 추정으로 최대치로는 전국 3만1322명에 달할 수 있다. 전남은 최대 1740명, 광주는 922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가족 돌봄 아동이 수행하는 역할은 병간호와 식사 준비, 설거지, 청소, 동생 돌보기 등 일상적 가사 노동에 국한되지 않았다. 일부는 농사일까지 맡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행정자료를 통해 확인 가능한 아동만 집계했기 때문에 실제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돌봄 사유는 지역별 산업 구조와 인구 특성과 관련이 있었다. 경남과 울산은 대규모 산업단지가 많아 산업재해 발생 비율이 높았고 이에 따라 장해급여 수급 가구 비중도 높았다. 전남, 제주, 전북은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 노인 맞춤 돌봄 수급 가구에서 아동이 돌봄을 담당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제도 밖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아동 돌봄 실태를 처음으로 수치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아동 관련 정책은 학대·빈곤·장애 등 특정 위험 요인에 집중됐지만 성인 부재로 아동이 가족 돌봄을 떠맡는 문제는 별도의 통계조차 없었다. 이번 조사가 정책 마련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미화 의원은 “통계에 잡히지 않은 아동도 상당할 것”이라며 “학교, 병원, 지자체가 연계해 발굴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또 “가족 돌봄 아동 지원방안이 별도의 제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책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아동복지법 개정 여부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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