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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부 장관이 17일 오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취임 후 첫 대면 회담을 갖는다. 다음 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둔 막바지 조율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외교가에 따르면, 회담의 최우선 과제는 APEC 경주 회의 기간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가시권에 두는 것이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조 장관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등과 만나 한중 간 여러 현안을 논의한다. 조현 외교부 장관(사진)이 이번 주 중국을 직접 방문해 왕이 주임과 회담하는 것이다.
조 장관의 방중은 외교 관례에 비춰봤을 때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임인 조태열 장관이 지난해 5월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형식상 왕 부장이 방한할 차례였다. 외교가는 이에 왕 부장의 방한 시기를 주목하고 있었다.
다만 조 장관은 새로 취임한 만큼 격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꼭 무슨 순서나 격식을 따질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상호 방문도 하는 방향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해 한중 관계를 잘 관리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아직 참석을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내년도 APEC 구도와 미·중 역학을 고려할 때 참석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의사가 거론되는 가운데, 두 정상이 한국에서 양자 혹은 다자 회동을 가질 경우 한국 외교에 전략적 지렛대가 생긴다는 점에서 정부는 의제·의전·동선까지 포괄하는 ‘패키지 조율’에 주력할 전망이다.
‘안미경중 불가’ 후속 관리…중국의 입장 요구 예상
이번 방중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워싱턴 방문 당시 “이제는 과거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전략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취지를 밝힌 이후 이뤄지는 첫 장관급 대면이다. 중국이 해당 발언의 맥락과 한국의 대중 로드맵을 재확인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에서 “한국은 과거엔 ‘안미경중’ 태도를 취한 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과거와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순서·격식보다 실용” 기조를 앞세워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조하되, 대중 경제협력의 ‘리스크 분산’과 대미 연계의 불가피성 사이에서 균형 메시지를 설계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북·중 정상회담 뒤 중국 측 공개문서에서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빠진 점을 두고 “중국의 스탠스 변화”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비핵화 원칙을 명시적으로 재확인하고, 대화 재개 여건 조성에 대한 건설적 역할을 주문할 계획이다.
동시에 한미 확장억제와 한미일 안보협력 가속화가 ‘북·중·러 블록화’를 자극하지 않도록 중국과의 위기 관리 방안을 병행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중국 측이 설치한 대형 철골 구조물 문제는 국내 여론을 자극하는 민감 현안이다. 정부는 국제법·해양질서 원칙과 현장 안전 문제를 근거로 현상 동결과 원상 회복을 요구하면서, 불법조업 단속과 통신 핫라인 등 해상 리스크 완화 장치도 함께 제안할 방침이다.
경제·인적 교류 분야에서는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 가속화, 항공편·비자·유학생·관광 정상화, 공급망(배터리·반도체 소재 등) 리스크 관리, 기업 애로 해소 채널 상설화가 패키지로 거론된다. 한미 관세 협상 교착 국면 속에서 중국이 어떤 신호를 낼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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