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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찬탄과 반탄으로 갈라선 당권 경쟁 구도가 권력 투쟁 양상을 띠면서 ‘당 쇄신’ 목소리는 길을 잃었다.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치며 ‘쇄신’과 ‘극우화’의 갈림길에 섰지만, 이대로라면 쇄신 전당대회는커녕 극우 정당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윤 어게인’ 전한길 씨가 ‘윤 전 대통령과 같이 가겠다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여도 비판 논평 한 줄 찾기 힘든 것이 작금의 국민의힘 현실이다.
정청래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언론·사법개혁 특위를 출범시키며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고 예고하고 나섰지만, 맞대응 카드라고는 케케묵은 ‘색깔론’, 식상한 ‘이재명 때리기’ 뿐이다. 요동치는 정국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정신 승리’만 폭주하고 있다.
반탄파 극우화를 비판하는 찬탄파 주자들의 목소리는 세력 구도의 벽에 부딪혀 메아리 없는 허공 속 외침에 그치고 있다. ‘쇄신 없는 전당대회’ ‘기회주의적 극우몰이’ ‘비겁한 색깔론’이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
궤멸 직전인 ‘극우’의 폭주를 막을 방법은 이제 당원밖에 없는 듯하다. 지난 대선후보 결정 과정에서 자행된 ‘후보 바꿔치기’ 만행을 당원들이 막아 냈듯이 말이다.
윤석열 정권 초기만 해도 당내 기득권을 차지한 친윤 세력과 중도보수를 표방한 반윤 세력 간의 권력 투쟁은 그나마 선명보수·정통보수 노선 투쟁의 양상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급격히 우경화되며 급기야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결국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두 세력 간의 권력 투쟁은 선명보수 노선 투쟁을 넘어 ‘극우’ vs ‘보수’라는 이념 투쟁으로 전개됐다.
특히 탄핵정국을 비집고 들어온 ‘윤 어게인’ ‘전광훈’ ‘전한길’ 등 윤 전 대통령 찬양 세력의 영향력 확대는 국민의힘의 급격한 우경화를 불러왔고, ‘수세’에 몰리던 ‘탄핵반대’ 세력이 오히려 당의 주도권을 잡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반성 없는 가해자가 주인 행세를 하는 ‘말기적’ 현상의 그림자는 이때부터 드리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는 반탄파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장동혁 의원, 찬탄파인 조경태·안철수 의원, 중도파인 주진우 의원 등 5명이다. 당권 경쟁 양상은 현재 반탄파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찬탄파가 뒤를 쫓는 모양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반탄파 두 명의 후보 지지율이 과반을 넘어선 반면, 찬탄파 두 명의 지지율 합계는 19%에 그쳤다.
‘찬탄 대 반탄’의 당권 대립 구도 속에서 극우화의 불씨는 ‘윤 어게인’ 세력을 등에 업은 반탄파 장동혁 후보가 지폈다. 그는 당대표 후보 등록이 끝나기 무섭게 전한길·고성국·성창경·강용석 씨 등이 공동 진행한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나와 “윤석열정부가 지키려 했던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끌고 가겠다”며 ‘윤 어게인’ 정신 계승 의지를 분명히 했다.
총칼을 국민에게 겨눈 내란 세력을 단죄해야 한다는 국민적 상식과 법적 판단을 정면 부정한 그는 “107명 국회의원이 단일대오를 이뤄 의회 폭거를 자행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민주당·이재명정부와 싸우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라며 ‘정신 승리’에 도취됐다.
심지어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 “탄핵을 반대했다는 것이 계엄과 내란을 옹호하는 것이 될 수 없다”며 계엄과 내란을 찬양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또 다른 반탄파인 김문수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특검의 내란몰이에 대해 원점에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겠다”더니, 이젠 한 발 더 나아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대며 극우몰이에 나섰다. “이재명 총통독재는 국민의힘 해산을 통한 일당독재를 획책하고 있다” “이재명 총통독재의 내란몰이, 국민의힘 해산 음모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선동의 수위를 한껏 높였다.
나아가 “북한에 불법적으로 현금을 송금해 핵무기 개발을 지원한 당이 민주당 아니냐”며 색깔론을 꺼내 들더니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주한 미국대사관에 불을 질러 구속된 방화범 아니냐. 이런 사람이 대표인 (민주당은) 반미, 폭력, 극좌 정당 아니냐"며 막말을 퍼부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후보들의 면면도 우려스럽다.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을 두고 ‘과천상륙작전’이라고 발언한 김민수 후보, ‘구국의 결단,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적극 지지한다’고 한 김소연 후보, ‘대통령님을 우리 손으로 지켜 드리자’던 김태우 후보. 그야말로 ‘윤 어게인’ 지도부의 등장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계엄을 옹호하고 내란을 미화하는 ‘극우’ 후보들의 당권 장악은 ‘법치주의와 헌법 수호’라는 보수의 정통성이 말살됐음을 의미한다. 이들에게 이번 선거는 ‘극우’ 선동을 통해 당권을 잡아 보겠다는, 기득권을 지키겠는 천박한 권력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하루빨리 ‘극우’의 고리를 끊어 내야 한다. 이번 당대표 등 지도부 선출 선거에 당원들의 집단지성이, 상식의 힘이 필요하다.
미국의 등산가인 애런 리 랠스턴(Aron Lee Ralston)은 캐니언 등반 도중 큰 바위에 오른쪽 팔이 끼였다. 그는 탈출을 위해 칼로 자신의 오른팔을 자르고 목숨을 건졌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애런 리 랠스턴의 상황과 닮아 있다. ‘윤석열 비상계엄과 내란’이라는 바위에 끼인 ‘극우’라는 오른팔을 잘라 내지 않으면 안 된다. 당원들의 용기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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