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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개전 471일 만인 19일(현지시간) 6주간의 휴전에 들어간 가운데 서방 세계에선 ‘두 국가 해법’(양국 안)이 다시 제기됐다. 1947년 유엔 분할안과 1967년 6일 전쟁 이전의 국경을 유지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개별 국가로 평화공존하자는 것이다. 이 방안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지만 70년 이상 이어진 비극적 갈등의 해소엔 다른 현실적 답이 없다는 공감대가 재차 확인되고 있다.
19일 오전 11시15분(한국시간 오후 6시15분)을 기해 1단계 휴전이 발효했다. 하마스는 이날 오후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의 알사라야 광장에서 적십자를 통해 이스라엘인 인질 3명을 넘겼다.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수감자 90명(여성 69명과 10대 남성 21명)을 석방했으며 휴전 발효 직후 가자지구 남단 케렘샬롬 국경검문소를 통해 구호물자를 실은 수백 대의 트럭이 가자지구에 진입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당초 이날 오전 8시30분 휴전하기로 합의했으나 하마스가 석방할 인질 명단을 넘겨주지 않아 2시간45분 지연됐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양측이 인질 석방 24시간 전, 즉 전날 오후 명단을 공개하기로 합의했었다. 명단이 전달될 때까지 휴전은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경고했으며, 이스라엘군은 오전 9시39분 텔레그램을 통해 “공군이 가자지구의 테러 목표물을 공습 중”임을 밝혀 하마스를 압박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 이후 폭격으로 최소 26명이 사망했다는 게 가자지구 보건부 측 주장이다. 오전 10시30분께야 하마스가 명단을 내놓으면서 기술적 문제로 명단 전달이 지체됐을 뿐이라며 휴전합의를 준수 중이라고 강조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오후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하눈 군부대를 찾아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도 단호한 태도를 유지할 것”을 다짐했으며,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 역시 “완충지대를 유지하고 어떤 위반과 위협에도 강력히 조치할 것”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오후 가자시티 서부 알사라야 광장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 인질들을 넘겨받아 이송했다. 석방된 인질 3명은 2023년 10월7일부터 하마스에 억류된 로미 고넨(24)·에밀리 다마리(28)·도론 스테인브레처(31)다. 고넨이 노바 음악축제장에서, 다마리와 스테인브레처가 크파르아자 키부츠(집단농장)의 집에서 납치됐으며 각각 영국과 루마니아 이중국적자들이다. 이스라엘 국민들 중엔 이렇게 서방 국적을 동시에 가진 경우가 많아 이스라엘 사태는 늘 세계적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번 인질과 수감자 교환 후 16일차부터 이스라엘 남성 군인 석방과 영구 휴전 등 2·3단계 휴전 논의를 시작한다. 하마스가 1단계 기간 이스라엘 인질 중 여성·어린이·고령자를 포함한 33명을 풀어주기로 했으며 이스라엘이 전날 인질과 교환할 팔레스타인 수감자 737명 석방을 승인했다. 이집트 당국은 휴전 첫 단계에서 189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풀려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통신이 하마스가 1단계 휴전 기간 석방할 인질 명단을 매주 금요일에 낸 다음 토요일 석방하기로 합의했다고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2023년 11월말 한 차례 휴전 성사 당시 인질·수감자가 매일 1대 3 비율로 맞교환되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합의 파기를 지적하며 일주일 만에 공습을 재개했다. 이스라엘은 인질 251명 중 94명이 가자지구에 남아 있고 이 중 사망자가 34명인 것으로 파악한다. 가자지구 보건부에선 개전 이후 전날까지 사망자 최소 4만6913명, 부상자 11만750명을 주장했다.
한편 이번 휴전의 발효를 국제 사회는 한목소리로 반겼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성명을 통해 자국 시민 다마리의 귀환을 기뻐하면서도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짚었으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엑스(옛 트위터)에 “이제 더 많은 인도주의적 지원이 가자지구에 신속히 전달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엑스에 “평화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모든 당사자의 협정 준수를 역설했다.
또한 이 지역의 영구적인 평화·안정을 위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통한 두 국가 해법만이 답이라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숄츠 총리는 “(휴전협정) 여세를 몰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 또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전날 통화로 이 문제를 논의한 사실을 알리며 마크롱 대통령이 6월 사우디아라비아와 공동으로 국제회의를 주최해 두 국가 해법 실현을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정할 뜻을 아바스 수반에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1993년 9월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미국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합석 하에 ‘오슬로 협정’을 맺었다. 정식 명칭은 ‘임시자치협약에 관한 원칙 선언’이었으나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치열한 사전 비밀협상이 이뤄져 ‘오슬로 협정’이라 불린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5년 이내 팔레스타인 잠정 자치정부 수립을 목표로 했다. 1995년 9월 ‘2차 오슬로협정’을 통해 진전된 합의가 이뤄졌지만 그해 11월 라빈 총리가 이스라엘 근본주의자에 암살당하며 모든 게 무산되는 듯했다.
오슬로 합의가 이뤄질 무렵 서안지구 내 정착촌 인구는 11만 명이었으나 현재 그 네 배에 이른다. 2001년 9·11 테러로 중동 정세가 뒤집혔고 협상의 한쪽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이 분열했다. 2006년 1월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자 팔레스타인은 이듬해 자치정부(서안지구)와 하마스(가자지구)로 쪼개졌으며, 하마스가 2007년 가자지구를 점령했고 이스라엘이 이곳을 통째로 봉쇄한 후 엄청난 땅굴 (지하) 미로가 생겨났다. 미국 중재의 평화교섭은 15년째 중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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