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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전국연합의 ‘군자산의 약속’
NL계(좌익민족주의‧주체사상파) 단체들의 통일전선체였던 전국연합은 2001년 9월 충북 괴산군에 있는 군자산 내 보람원 수련원에서 7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민족민주전선 일꾼 전진대회’ 라는 전국대표자 모임을 개최했다. 일명 ‘군자산의 약속’이라 불리는 이 행사에선 “3년 안에 광범위한 민족민주전선 정당을 건설하고 자주적 민주 정부 수립하여 연방 통일조국 건설하자”는 내용이 결의되었다.
3년의 계획, 10년의 전망
‘3년 내에 민족민주 정당을 건설한다’는 것은 NL파가 민주노동당(민노당)에 들어가 3년 안에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다음 그 정당을 발전시켜 10년 안에 반미 종북 정권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 10년 후가 바로 2012년 대선이 있는 해였다. 정권을 잡으면 남한을 북한에 흡수시키는 방식으로 연방제 통일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민노당은 2000년 1월 PD계(사회민주주의‧민중민주파)가 주도해 만든 정당인데 2001년 9월 ‘군자산의 약속’을 기점으로 인천연합‧울산연합 등 NL파가 대거 민노당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전국연합에서 주도권을 갖고 있던 경기동부연합(이석기 그룹)은 발 빠르게 민노당으로 들어가 세력을 확장했다. 그리고 NL파가 ‘군자산의 약속’에서 계획한 대로 3년 만인 2004년 당권을 장악했다.
이석기 경기동부연합… 민혁당 잔존 세력
그중에서도 경기동부연합이 2006년 1월 당의 주도권을 장악했고 이후 민노당〉통진당〉민중당 등을 거치며 한 번도 당권을 놓치지 않았다. 민노당‧통진당의 당권을 장악한 경기동부연합이란 이석기 그룹이 주도하는 세력인데 결국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잔존 세력이 핵심이다. 원래 민노당을 만들었던 PD계열이 일심회 사건을 계기로 당을 떠나야 했던 것도 민혁당의 잔존 세력들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석기 세력이 주도한 경기동부연합은 탄탄한 용성총련(용인‧성남지역 대학총학생회연합) 출신과 성남 세력을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민노당을 장악해 갔다. 경기동부연합이 민노당의 당권을 빠른 속도로 장악한 것은 용성총련 등 용인‧성남 세력의 역할이 컸지만, 북한의 지원도 컸다. 2009년 ‘225국’으로 개칭한 북한의 대남 공작기관 ‘대외연락부’가 일심회를 통해 경기동부연합을 지원해 당권을 장악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을 보면 북한이 이석기 주도의 경기동부연합, 더 엄밀하게 말하면 민혁당 잔존 세력인 이석기를 얼마나 신뢰했는지 알 수 있다.
기업체 운영으로 ‘돈줄’이 된 이석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형 이재선 씨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당시 그의 실체를 폭로하려다가 정신병원에 갇히는 등 고난을 받았고 결국 사망했다. 그는 2012년 5월23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석기가 설립한 CN커뮤니케이션즈라는 회사에 대한 내용을 매우 구체적으로 밝혔다.
“CN커뮤니케이션즈는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운영하는 사업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이는 경기동부연합의 ‘돈줄’로 불리는 이석기 씨가 2005년 2월 자본금 4억 원으로 설립한 회사로, 작년까지 1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씨는 CN커뮤니케이션즈의 지분을 거의 100% 소유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인 사회동향연구소를 계열사로 거느린 이 회사는 2008년 영화제작, 2010년 홍보기획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2011년 통신판매‧전자상거래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그동안 이 회사 매출의 상당 부분은 진보당의 선거 기획‧홍보뿐만 아니라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 총학생회의 선거 홍보와 학내 행사와 관련해 올린 것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진보당 후보들은 ‘일감 몰아주기’를 했고 이씨는 짭짤한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재선 씨의 말대로, 이석기가 CN커뮤니케이션즈라는 홍보기획 회사를 만든 것은 자신이 민노당의 주도권을 장악했다는 유리한 위치를 최대한 활용하고, 경기동부연합을 이끌 재정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였다. 이는 조직폭력배가 조직력과 세력을 넓히면 다음 단계로 부동산개발회사 등 회사를 만들어 다른 단계로 옮겨가는 것과 유사한 행태다.
일심회 간첩단 사건
2006년 일심회 간첩단이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 대외연락부가 공작해 지하당 일심회를 설치, 운영하다가 적발된 사건이다. 북한 대외연락부는 2005년 2월 민노당의 최기영 사무부총장‧이정훈 중앙위원을 포섭했다. 이들은 민노당의 당직자 300여 명에 대한 상세한 정보 등을 수집해 북한에 보고했고, 100만 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국내 정치정세 자료도 북한에 넘겼다.
북한 대외연락부는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민노당에 다양한 공작 지령을 내렸다. 일심회 간첩 사건의 핵심은 북한에 가장 충성스러운 이석기가 주도하는 경기동부연합 소속 인사를 민노당 핵심 당직을 차지하도록 하여 완전히 당을 장악하도록 하려는 공작이었다.
윤미향 전 의원 부부와 이석기‧민노당의 인연
일심회가 민노당을 대상으로 공작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최기영 사무부총장은 윤미향의 남편인 김삼석의 매제(여동생 김은주의 남편)인데, 김삼석과 그 여동생은 1993년 남매 간첩 사건에 연루되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았던 인물들이다.
최기영과 김삼석은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임과 동시에 같은 85학번으로 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출신으로 82학번인 이석의 후배이며 경기동부연합의 실세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는 북한과 일심회가 대남공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석기가 주도하는 경기동부연합 세력을 주축으로 삼게 된 배경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 후 인수위원 활동한 이용대
북한 대외연락부는 2005년 말 일심회에 “경기동부 이용대 박아 넣어라” “이용대를 대북 접촉창구로 하라”는 등의 지령을 내렸다. 이용대는 경기동부연합 이석기 그룹의 핵심 인물이다. 이용대는 경기동부연합에서 수령이라고 불렸으며, 2010년 이재명이 성남시장 당선 후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또한 일심회 사건의 북한 지령문에서 드러난 서울 모임, 즉 민노당 서울시당으로 침투한 간첩선은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이 경기동부연합인 것으로 증언한 바 있다.
2006년 수사에 본격 착수하기 시작한 10월 말 무렵, 김승규 국정원장이 전격 경질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김승규 원장의 사퇴 일지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돼 있다.
△10월23일 : 국정원‧검찰 일심회 사건 관련자 체포, 본격 수사 시작
△10월25일 : 민노당 전 중앙위원 등 ‘386(586) 운동권’ 3명 구속영장 청구
△10월26일 : 노무현 대통령, 김승규 국정원장에게 사퇴 요구
△10월27일 : 사표 제출
민노당 분당 사태의 원인 경기동부연합
일심회 사건 이후 민노당 내부에선 갈등이 일어났다. 비당권파는 일심회 사건에 연루된 최기영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중앙위원을 제명하려고 했고,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은 제명에 반대했다. 이어서 2008년 총선 직전인 3월 분당 사태가 발생했다.
일심회 연루자 두 명에 대한 제명이 무산되자 노회찬‧심상정 등 PD 계열 중심의 비당권파는 ‘종북 세력과는 정치를 함께 할 수 없다’며 탈당하여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종북’이란 명칭은 민노당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결국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분당의 핵심 배경은 경기동부연합의 종북적 행태 였다. 비당권파인 PD 계열이 제명하자고 한 최기영은 바로 이석기 그룹, 즉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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