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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파의 전투력 부족
2024년이 저물어 가는데 우파 진영은 여전히 실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봄부터 계속된 크고 작은 패배로 태풍이 휩쓸고 간 바닷가 마을, 된통 얻어맞아 시야가 몽롱해진 가엾은 루저의 행색이다. 좌파에게서 정권을 되찾아 왔고 지방선거에서도 선전했는데, 총선 기간 초기에만 해도 희망에 들떠 있었는데 왜 모든 게 갑자기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일까.
진단이 필요하고 반성과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치유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문제는 전투력 부족이다.
이제 국민의힘은 부족한 전투력을 보강하기 위해 민병대인 국민들에게 SOS를 쳐야 한다. 상당수 국민은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위기가 바로 이들 사악하며 무능하고 부패한 종북세력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 각성된 대한민국 국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힘을 합해 사상전을 전개해야 한다.
입법부를 장악한 이들 종북좌파 세력에 맞서기 위해선 단순히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제 유능한 정치 세력을 양성하고 국민 앞에 대한민국 세력의 주도 정당으로서 반대한민국 세력이 설정해 놓은 패러다임을 대체할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럼으로써 국민에게 희망을 제시할 대한민국 발전 로드맵을 정립하고 정책으로 실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대한민국 세력의 국가에 대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알리는 범국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4.10 총선 이후 변화를 보이는 우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전까지만 해도 우파 운동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우파는 조직도 갖춰지지 않았고 좌파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했다. 교회‧단체‧동창회를 비롯해 각종 카톡방 등에서도 좌파 한 명이 나서면 모두 침묵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권을 겪으며 많은 우파 단체가 생겼고, 좌파의 논리에 대항하는 용기도 커졌다. 각종 유튜브를 통해 정세나 논리로 무장해 각종 모임‧단체‧교회‧동아리 카톡방 등에서도 일방적으로 당하지만 않고 오히려 더 큰 목소리를 낼 정도로 투쟁력도 강해졌다.
모래알 같은 우파 시민들이 조직을 만들고 투쟁 운동도 열심히 했다. 거의 희망이 보이지 않던 정권 탈환이 기적적으로 가능했던 이유다.
우파 단체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많은 희생을 감수하며 노력했지만 기대한 만큼의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우파 단체들이 대체로 모래알처럼 분열이 심했고, 좌파 세력에 대응할 역량을 보여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좌파 세력에 대한 사상학습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우리 앞에 닥친 전쟁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체계적으로 모색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2024년 4월 총선이 끝난 후 우파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뭔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뭔가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막연한 느낌일 뿐 그것이 구체적 인식으로 안착하지 않았고 어떤 뚜렷한 방향도 전략도 없다는 점이다.
우파 진영의 문제점
우파 시민은 한마디로 모래알들이다. 알갱이 하나하나는 튼실하지만 툭하면 흩어지고 결속력이 강하기는커녕 때로는 서로를 밀어내는 힘이 이를 능가한다. 그래서 그저 존재할 뿐 아무것도 이루지도, 바꾸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여러 긍정적인 면도 갖고 있지만 그보다 문제점이 더 두드러진다.
△문재인 정권기 동안 많은 우파 조직이 만들졌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투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지휘부는 있지만 회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 내지 못해 이름뿐인 조직도 상당수였다. 각 단체의 분열상도 심각했다. 단체들 간의 연대‧연합이 이루어지지 않아 일사분란한 연합작전은 꿈도 꾸지 못했으며 윤석열정부 들어 그 현상이 더 심해졌다.
△우파는 윤석열 정권 창출 후 그동안의 피로감이 누적된 탓과 우파 정권 등장으로 국가정상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잘못 인식한 탓에 조직력과 투쟁력이 상당히 해이해졌다.
윤 정부가 알아서 문재인 정권기의 적폐를 청산해 주겠지 하며 기대하고 방심하며 상당수가 평소의 생활로 돌아갔다. 그 결과 2024년 총선에서 입법부를 이재명 세력에게 빼앗기는 비운을 맞게 된 것이다.
8년 동안 노력한 결과가 이재명 체제…
다행스럽게도 총선 이후 여러 우파 단체를 만나 본 결과, 어떤 단체든 어떤 인사든 불안감과 혼미 상태를 겪으며 “8년 동안 해 온 애국 운동의 결과가 이재명 체제란 말인가” 하는 비애감을 표출했다.
‘이제는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며 “이번 총선의 패배 요인은 무엇인가” “새로운 해결책은 무엇인가” 등의 고민 속에서 대안을 찾고 있었다. 또한 “각 단체가 결집할 방법은 무엇인가? 모든 우파 단체가 연대‧연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정부와 우파 정당‧단체‧시민이 취해야 할 전략 전술은 무엇인가?” 등의 대책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렇듯 겉으로 그 결과가 드러나진 않아도 총선 이후 우파 진영 모두가 문제의식을 느끼며 반성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조급증에 툭하면 방심하고 변심하는 우파
우파가 결집해 힘을 모아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선 반드시 고쳐야 할 고질병 증세가 있다.
첫째, 조급증이다. 우파 단체‧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며 투쟁하는 등 애쓴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전쟁이 보이지 않는 사상 전쟁‧가치관의 전쟁‧생각의 전쟁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상전은 지식의 전쟁이며 역사관의 전쟁‧가치관의 전쟁이다. 이 전쟁은 가정 내에서 아들과 딸‧손자와 손녀를 상대로도 벌어진다.
이 전쟁은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전쟁이다. 어느 쪽이 먼저 더 많이 다수의 마음을 얻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되어 있다. 이러한 전쟁은 짧은 시간에 그칠 전쟁이 아니고 긴 호흡으로 임해야 하는 전쟁이다. 그래서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둘째, 방심병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보았는데 여론조사 결과가 좋으면 그냥 방심하여 관망하고, 뒤지는 것으로 나오면 이내 조급증을 내 지휘관을 공격, 자멸하는 등 사태를 그르치는 현상을 많이 목격했다.
팔로워십 결여는 조직의 치명적 약점
셋째, 리더십에 대응하는 사회적 상호작용, 즉 팔로워십(followship) 부족이다. 우파 단체들에 가 보면 너무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 많다 보니 팔로워십이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우파 단체 구성원들은 대체로 학벌‧경력도 좋고 설득 능력도 훌륭하다. 그러나 그 훌륭한 인재들에겐 치명적으로 조직 내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조직이 추구하는 바를 능동적으로 따라 주는 팔로워십이 결여돼 있다. 그래서 한데 모아 놓으면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고 논쟁과 지도자에 대한 비판 등으로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
한국 좌파의 전략 전술은 세계 최고 수준
넷째, 사상에 대한 공부를 너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당면한 전쟁은 정말로 교활한 좌파 세력과의 사상전이다. 상대는 엄청난 전략 전술을 가지고 덤비는데 “내가 6‧25전쟁을 겪어서 아는데, 공산주의 나쁘다” 이런 식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좌파 세력은 세계에서도 가장 뛰어난 전략 전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맞춘 탁월한 위장 능력‧변신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세력과 맞서고 이들의 실체를 국민에게 알려 주려면 사상 공부를 철저히 해야 한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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