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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어렵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 현상이 증가하면서 원자재 가격 폭등과 급격한 환율 인상에 고금리로 기업이 이윤 창출과 고용 증대는커녕 생존 자체를 걱정할 정도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제의 주춧돌이 돼 온 수출마저 주력 업종의 경쟁력 약화로 돌아서고 있다.
여기에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시대의 도래에 국내 산업계도 초긴장하고 있다. 수출 주도 업종인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의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이다.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혜택을 노리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왔지만 칩스법과 IRA의 폐기 혹은 수정이 확실시되는 만큼 변화에 긴밀히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도 리스크 요인이다. 자국 산업 보호 명목으로 한국을 보편관세 대상 국가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미국 외 공장에서 만드는 물량은 관세를 피해 다른 나라로 수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총체적 복합위기)이 몰려올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재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이사의 경영 활동이 회사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의 이익에도 초첨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와 ‘보호 의무’를 동시에 명시하면서 이사의 의무를 크게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이율배반적이기에 철회해야 마땅하다. 민주당은 기업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가로막아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릴 게 우려된다. 기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고 우리 증시의 밸류 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다.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가 명시되면서 대주주와 소액 주주·기관 투자자와 일반 투자자·내국인과 외국인 등 이해관계가 각기 다른 주주들이 소송전에 나서고 결과적으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특히 소액주주는 물론 사모펀드·헤지펀드 등과의 법정 싸움이 이어지면서 기업의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이처럼 무리한 상법 개정안은 한국 기업들을 글로벌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시킬 수 있기에 민주당 발 상법 개정안을 두고 글로벌 투기자본 ‘먹튀 조장 자해 법안’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배경이다.
따라서 상법 개정으로 교각살우(矯角殺牛·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일)의 우를 범할 수 있기에 물적분할이나 합병 등 소수 주주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핀셋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삼성·SK·현대차·LG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 16곳의 사장들이 정치권을 향해 상법 개정 등 규제의 입법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법안 마련에 힘써 달라고 요청한 바와도 궤를 같이 한다.
민주당은 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무리한 입법 추진이 ‘반 기업 행보’로 비판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소액 주주 보호를 확실하게 강화하려면 상법 개정이 아니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접근하는 게 온당하다. 정부·여당도 차제에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각국이 첨단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AI)·반도체·이차 전지·모빌리티·바이오·에너지·산업용 소재 및 부품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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