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산의 울림] 북·러 밀착에 한국이 할 일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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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28 06:31:20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해 북한 김정은과 단독회담을 하고 승용차도 선물하며 갖은 친한 척을 다 했다. 그러나 푸틴은 이번에도 약속 시간을 어겨 새벽에 도착했다가 21시간 만인 새벽에 떠나 배고픈 북한 국민이 밤잠도 못 자고 끌려 다니도록 해를 끼쳤다.

어쨌든 평양을 찾은 푸틴은 요란하게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이라는 것을 김정은과 체결했다. 이것을 놓고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정세를 우려하고 특히 한국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가 확연하다. 정부는 허둥대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또 언론사마다 전문가를 불러 놓고 북·러 관계를 놓고 열심히 점들을 친다.

물론 탈북인의 입김이 전혀 통하지 않는 한국이지만 그래도 북한에서 오래 살았고, 또 러시아와 무역 거래도 해 본 사람으로서 나의 생각을 간단히 써 본다.

다른 것 없다. 이번 푸틴과 김정은의 만남은 처지가 똑같은 공산 독재자들이 서로 친목 다짐 비슷하게 모인 것일 뿐이다. 즉 속담처럼 ‘다리 부러진 노루 한 곬에 모인 격’이다. 물론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도 있기는 하지만 러시아와 북한은 이미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상태다.

이들이 만난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서로 자기들에게 필요한 것을 얻고자 함이다. 즉 푸틴은 북한의 포탄과 정치적 지지가 필요했고, 김정은은 러시아의 식량과 원유와 군사무기 기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만 도발하지 않았다면 북한에 손을 벌릴 일은 전혀 없다. 그러나 김정은은 러시아로부터 필요한 것이 매우 많다. 원래부터 북한 자체가 소련 때문에 존재했던 나라다. 지금의 푸틴과 김정은은 서로의 약점을 잘 알기에 쉽게 말이 통하는 사이다.

결국 푸틴은 북한으로부터 무기와 탄약을 넘겨받고 정은이는 60년 전부터 생산해 놓은 무기와 탄약을 러시아에 주고 식량과 원유를 받아오는 거래를 이번에 한 것뿐이다. 그러고는 그들도 부끄러운 것을 감추려고 무슨 대단한 동맹이라도 맺은 것처럼 그럴 듯하게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고 뻥튀기를 했을 뿐이다.

한국이 한·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불안감을 느낀 국제 왕따 김정은은 늦은 밤에 찾아온 푸틴이지만 그나마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아무도 안 데리고 혼자 직접 마중을 나갔던 것이다.

그러니 대한민국은 이번 푸틴의 방북에 놀랄 것도 서운해 할 것도 전혀 없다. 비슷한 처지의 두 국가 수반이 서로 왕래를 하는 것이야 응당한 것인데 그리 발끈할 일도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 간다고 누가 놀라서 발끈하겠는가.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푸틴의 방북에 대해 정부 회의까지 소집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범 본 할망구’마냥 놀라서 매우 저급한 외교 수준을 보여 주었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 정부는 한 술 더 떠서 러시아 정부에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축하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한다면 러시아에 대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며 경제 및 군사 교류 또한 바란다고 해서 푸틴의 대북 일변도 정책을 저지하고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노력을 해야 했다. 그랬다면 푸틴도 아주 좋아했을 것이다.

그런데 도리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다고 협박을 하는 식으로 러시아를 자극하여 한·러 관계를 악화시키는 길로 나간 것은 정말 무능한 정권만이 할 수 있는 수준 낮은 최악의 외교였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하면 러시아가 제발 참으라며 잘못했다고 빌 것 같은가. 아니다. 오히려 크게 반발할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도 중국도 어쩌지 못하는 대국이다. 전 세계에서 식량과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뿐임을 잊지 말라. 어떤 협박도 통하지 않는 나라라는 뜻이다.

중국에는 찍소리도 못하고 설설 기는 한국 정부가 왜 러시아는 자기들이 가르칠 수 있다고 건방진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이런 질 낮은 외교를 보고, 무서운 자에게는 설설 기고 약한 자 앞에서는 똥폼 잡는 ‘양아치 외교’라 한다.

이런 한국의 꼴을 본 김정은이는 얼마나 기고만장할 것이고, 김여정은 장군님의 주체 외교 앞에서 벌벌 떠는 윤석열정부라고 또 얼마나 비웃겠는가.

이번 푸틴의 방북에 한국이 긴장할 일은 조금도 없다. 제 코가 석자여서 밤잠도 못자는 가난한 나라 북한과 베트남을 찾아다니는 푸틴이 김정은을 부추겨서 한반도 전쟁을 도발할 일은 0.001%도 없다. 푸틴은 북한의 무기와 탄약이 필요할 뿐 다른 의도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 정부는 러시아를 포섭하여 북한 정권을 왕따시키는 평화와 지원외교 전략을 써야 한다. 러시아를 배척하는 길은 김정은을 살려 주어서 한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짓임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