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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23일 부산 청사 개청식을 열고 공식적으로 ‘부산 시대’를 시작했다. 중앙부처 본부가 단독으로 지방으로 이전한 첫 사례로, 해양 정책의 현장성과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와 함께 행정 효율성과 리더십 공백을 둘러싼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부산 동구 수정동 IM빌딩에서 개청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1996년 부처 출범 이후 30년 만에 세종을 떠나 부산으로 본부를 이전한 것이다. 부산시는 2000년 ‘대한민국 해양수도’를 선언한 지 25년 만에 중앙행정 조직의 물리적 이전이 현실화됐다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해수부는 부산 이전을 통해 해양 정책의 현장성과 실행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은 북항과 신항을 동시에 보유한 국내 최대 항만도시로, 해운·항만·수산 산업과 기업, 물류 인프라가 밀집해 있다. 정책 결정 부처가 현장과 가까워질 경우 산업 요구 반영 속도와 위기 대응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북극항로 개척, 글로벌 해운·물류 경쟁력 강화 등 정부의 핵심 해양 어젠다 추진에서도 부산 이전은 정책 실행력과 직결된다는 평가다.
부산시는 해수부 이전을 계기로 해양수산 공공기관 추가 이전과 해운기업 본사 유치, 해양금융·연구 기능 집적을 포함한 해양 클러스터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은 본사 부산 이전을 결정했으며, 내년 상반기 중 부산에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해수부 이전이 산업·행정·집행 기능을 한 도시에 결집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역 경제 파급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해수부 직원 다수가 부산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인근 상권과 주거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는 해수부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4년간 총 771억 원을 투입한다. 관사 100가구 마련을 비롯해 이주 정착금, 월 정착지원금, 자녀 교육·양육 지원, 중개·등기 수수료 지원 등을 패키지로 제공한다. 가족 3명 기준으로 최대 4670만 원 상당의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인력 유입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부산 이전 과정에서 약 160명의 타 부처 공무원이 해수부 근무를 희망해 지원했다. 내부에서는 부산 이전이 인력 유출이 아니라 오히려 해양 정책 전문 인재 유입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변수는 리더십 공백이다. 해수부 이전을 진두지휘하던 전재수 전 장관이 낙마하면서 장관 공석 상태에서 ‘부산 시대’가 출범했다. 해수부 이전은 국가 해양 정책의 방향 전환이라는 점에서, 정치적·행정적 리더십이 분명히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 자리도 공석이 이어지고 있어 컨트롤타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행정 효율성 문제도 시험대에 올랐다. 현재 부산 청사는 임시 형태로 본관과 별관이 분산 운영되고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세종과 서울에 남아 있는 다른 중앙부처, 국회와의 거리 문제다. 해수부 업무는 예산, 인허가, 외교·통상 등 다부처 협의가 잦아 대면 협의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정착의 지속 가능성 역시 과제다.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력이 부산에 남을 수 있도록 교육·의료·배우자 일자리·주거비 부담 등 생활 여건을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산업통상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부처에 흩어진 해양 관련 기능을 해수부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편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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