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커지는 MBK… 고려아연 맡겨도 되나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E fact > 재벌·대기업

홈플러스 인수 차입금 규모 부각… 고려아연 인수 자금 70%가 차입금
고려아연 노조·퇴직 임원 모임·더불어민주당 등 MBK 비판 여론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11 14:36:39

고려아연 인수전에서 MBK파트너스(MBK)와 영풍이 다시 승기를 잡은 가운데 홈플러스의 회생 신처으로 말미암아 MBK 이미지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해를 넘어 진행 중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법원이 영풍·MBK 측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영풍·MBK로 다시 추가 넘어가는 듯했다. 고려아연 측 추천 이사가 사외이사 직무 수행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고려아연 측 이사 중 5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집중투표제를 통해 영풍이 더 많은 이사를 선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권 싸움에서 승리한 후 고려아연 경영을 MBK 맡길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로 MBK의 이전 행보가 부각되면서 MBK가 고려아연 경영을 맡길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할 경우 수익성 개선과 주주환원 등은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 비전보다는 단기적인 재무 개선에 몰두한다는 단점은 이전부터 지적돼 왔다.

특히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인수 자금 6조 원 중 2조7000억 원을 홈플러스 부동산을 담보로 한 차입금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이후 점포 20여 곳을 정리했다. 정리 대상이 된 매장 중 매출 순위가 높은 매장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차입금 상환을 위해 무리하게 점포를 매각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홈플러스 매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러한 가운데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며 고려아연에서도 구조조정과 함께 자산 매각을 통한 차입금 상황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의하면 MBK가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투입한 자금 1조5000억 원 중 70% 이상이 차입금이었다.

MBK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면서 MBK가 고려아연 경영을 맡을 경우 내부적인 반발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 노조는 이전부터 MBK의 고려아연 인수에 반대 입장을 보여 왔다.

고려아연 노조는 2월 입장문을 발표해 “MBK·영풍 측이 대타협 제안을 거부한 뒤 보여준 행보는 원주민을 쫓아내고 땅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는 협박과 소송을 남발하는 ‘약탈자’와 ‘투기업자’에 다름없었다”며 “MBK와 영풍이 적대적 M&A의 야욕을 버리지 않을 경우 일자리 해고 등의 고용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노동자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퇴직 임원 모임 고수회는 6일 입장문을 발표해 “MBK는 우리 고려아연에 대한 검은 야욕을 버리고 최근 충격적인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를 포함해 경영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인수 기업들의 경쟁력 회복과 상처받은 임직원들을 위로하는 데 집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도 MBK를 공격하고 나서며 다른 인수전에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병주 MBK 회장이 국회 정무의원회에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 대책 회의에서 “오늘 개회되는 정무위원회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고 국민 앞에 나와 답할 것을 촉구한다”며 “책임 있는 경영을 주장한 MBK가 이번 사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