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 개혁 없는 선진 경제 달성 주장은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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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헤리티지재단 발표 “한국 노동시장 평가 100위”
근로시간·채용·해고 등 규제 경직돼 낮은 점수 충격
노조는 ‘투쟁’ 접고 생산성 높이는 개혁 앞장설 때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12 00:02:01

노동 개혁을 통한 상생의 노사 관계 선진화가 시급하다. 미국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최근 발표한 ‘2025 경제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84국 중 종합 순위는 17위에 올랐지만 노동시장 평가에서는 100위를 기록하며 극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헤리티지재단은 보고서를 통해 법치주의, 규제 효율성(기업 환경·노동시장·통화), 정부 규모, 시장 개방성 등 4개 분야 12개 항목별 점수(100점 만점)와 5단계 등급을 발표한다. 한국은 ‘노동시장’ 부문에서 전체 12개 평가 항목 중 가장 낮은 점수인 56.4점을 받았다. ‘노동시장’ 부문은 근로시간·채용·해고 등 규제가 경직돼 있을수록 낮은 점수를 받는다. 2005년 해당 항목 신설 이후 한국은 계속 ‘부자유(Mostly Unfree)’ 또는 ‘억압(Repressed)’ 등급을 받아 전체 순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 한국을 구현하기 위해선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과제가 적잖다. 법과 원칙의 일관된 적용·노동시장 양극화 개선·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유연성 강화와 노동법 개편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노동 개혁은 복잡한 과제다. 임금 체계와 근로시간부터 노동시장 구조,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되는 노동 관련법, 관행화된 불법 행위에 이르기까지 손을 대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에 손을 댈 경우 관련된 개인과 집단의 격렬한 논쟁과 다툼은 불을 보듯 훤하다. 사회적 합의가 긴요하다.

무엇보다 전투적 강성노조가 과연 협조하겠느냐는 것이다. 대기업 노조, 이른바 ‘귀족 노조’들은 기득권 강화에 몰두해 있다. 게다가 툭하면 법으로 보장된 파업 범위를 넘어서는 점거·시위·농성을 일삼는다.

노동 개혁 성공 사례로는 2000년대 초 독일의 집권 사민당이 추진했던 ‘하르츠 개혁’을 꼽을 수 있다. 2002년 폭스바겐의 노무담당 이사였던 피터 하르츠를 비롯한 15명의 전문가 집단인 하르츠위원회가 마련한 노동시장 개혁 방안이다. 당시 독일은 고령화로 인한 연금 및 건강보험 지출 증대로 사회보장 체계가 붕괴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노사 대타협을 이끌어 낸 것이다.

개혁안은 실업수당 수혜 기간을 32개월에서 12개월로 대폭 줄였고, 해고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노동유연성을 확대했다. 또한 시간제 노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미니 잡(mini job)’ ‘미디 잡(midi job)’ 등 노동시간을 짧게 쪼갠 저임금 일자리를 다양하게 만들었다. 하르츠 개혁으로 독일 경제는 되살아났다.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동 개혁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성과·직무 내용·능력 요건에 기초한 유연한 임금체계가 요청된다고 권고한 바 있다. OECD는 “연공보다 능력·역량·수행하는 직무에 대한 수요에 기반한 임금 결정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는 물가 오름세 속 경기침체를 겪는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짙다. 세계적인 원자재 값 폭등에 미 트럼프 2기를 맞아 ‘관세 폭탄’에 더해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으면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복합위기를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 회복의 실마리는 내수에서 찾는 수밖에 없다. 내수를 살리려면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노동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하르츠 개혁은 일깨워 준다.

따라서 노조는 ‘투쟁’이 아니라 생산성 제고를 위한 노동 개혁에 앞장설 때다. 생산성은 저조한데 급여와 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무기로 투쟁 일변도 태도를 견지하는 건 노사 공멸로 가는 길일뿐 명분이 없다. 노동 개혁 없는 선진 경제 달성은 허구임을 직시하자.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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