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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기존 의약품 사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유유제약은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동물의약품 및 동물용품 제조·판매업’ 추가를 위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정관 변경이 승인되면 유유제약은 반려동물 의약품 사업을 위한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관련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유유제약은 비타민제 ‘유판씨’를 반려동물용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강아지용 ‘멍판씨’ 고양이용 ‘냥판씨’ 상표 등록을 출원한 상태다.
동물의약품 전문가인 최강석 서울대 수의과대학 질병진단센터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이번 주총에서 다룰 예정이다. 최 센터장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감염병 전문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안국약품 역시 28일 주총에서 사료 제조·수입·판매업 추가를 위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반려동물 사료 사업을 통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이다.
GC녹십자홀딩스의 자회사인 그린벳은 1월 수의사 전용 헬스케어 솔루션팀 ‘벳커머스팀’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동물용 의약품·영양제·사료·의료용품 등의 공급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태반영양제 제조업체 등과 협약을 체결하고 수의사 대상 제품 공급을 추진 중이다.
조아제약은 지난해 주총에서 ‘동물용 의약품 및 사료 제조·판매업’을 정관에 추가하며 사업 확장을 본격화했다. 이후 ‘잘크개’(강아지용) ‘잘크묘’(고양이용) 등 관련 상표를 등록하고 올해 2분기 내 동물용 의약품과 영양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신약 개발 벤처기업 지엔티파마는 반려견 인지기능 장애 치료제 ‘제다큐어’의 장기 복용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됨에 따라 국내 유통망 확대와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엔티파마는 현재 일본·대만·이탈리아 시장에서 ‘제다큐어’ 출시를 위해 현지 제약사와 협의 중이고 세계 10위권 동물용 의약품 기업 4곳과 특허사용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약업체들이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가파른 시장 성장세 때문이다.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동물용 의약품 시장 규모는 1조 43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5.1%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 역시 2021년 39조 원에서 2031년 103조 원으로 2.6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함께 동물 헬스케어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제약사들이 기존 인간용 의약품 기술력을 활용해 동물용 의약품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HLB생명과학은 반려견 유선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동물 임상 3상을 2022년 12월부터 진행했지만 약효 최적화 문제 등으로 아직 승인받지 못한 상황이다.
동화약품은 작년 3월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 ‘핏펫(Fitpet)’에 50억 원을 투자하면서 동물 의약품 연구·개발에 착수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동아제약 역시 작년 반려동물 영양제 브랜드 ‘벳플’을 출시했지만 현재는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 집중하고 있고 시장에서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이 유망한 분야이지만 규제와 연구개발 과정이 복잡해 실제 매출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제약사들의 수익성을 개선할 돌파구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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