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약품 관세 압박에 글로벌 제약사들 ‘투트랙 전략’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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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CEO “관세 본격화 시 생산시설 이전 검토”
일라이 릴리 “5년 내로 미국에 4개 공장 신설 계획”
국내 제약사 셀트리온·SK바이오팜 현지 전략 가동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11 11:02:47

미국의 의약품 수입 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들이 단기적으로 재고를 최대한 확보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현지 생산 기지를 마련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11일 제약 전문지 피어스파마 등 외신에 따르면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 관세 정책을 본격화할 경우 생산시설 이전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라 CEO는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많다”며 “관세가 현실화되면 외부 제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현재 화이자는 미국에 10개의 제조 공장과 2개의 유통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내 의약품 생산 확대 움직임은 화이자뿐만이 아니다. 일라이 릴리는 2월 270억 달러(약 38조6000억 원)를 투자해 향후 5년 내 가동을 목표로 미국에 4개의 제조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내 생산시설 확장을 위해 230억 달러를 이미 투자했으며 이번 투자까지 포함하면 총 500억 달러 이상을 미국 제조시설 확장에 투입하는 셈이다.

현재 릴리는 9개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고 해외에서 2만5184명을 고용 중이다. 미국 내 생산 확대가 본격화되면 글로벌 생산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2월 트럼프 대통령이 대형 제약사 CEO들과 회동을 가진 이후 본격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 및 기타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제약사들에게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당장 공장을 이전하기보다 미국 내 재고를 대량으로 확보하는 방식으로 단기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의 의약품 수입액은 282억 달러(약 41조 원)로 전월 대비 52억 달러(약 7조 5000억 원)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00억 달러(약 14조5000억 원) 증가해 의약품 수입 증가폭이 다른 산업보다 훨씬 컸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상품 수입 증가율이 전월 대비 12.4%·전년 동기 대비 26.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의약품 수입 증가율(전월 대비 22.8%·전년 동기 대비 55.1%)이 월등히 높았다. 이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기 전에 물량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미국 내 공급망을 확충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현지 생산시설 확보를 검토하는 이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올해 미국 내 9개월 분량의 재고를 미리 확보했고 현지 생산시설 확보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과 캐나다의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고 미국 내 생산기지를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미국의 위탁생산(CMO) 기업과 협력해 뇌전증 치료제 생산 기술을 이전한 뒤 FDA의 생산 라인 승인을 완료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의약품 관세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에 집중된 주요 바이오 생산시설이 점진적으로 미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관세 회피를 위한 생산시설 이전이 아니라 미국 내 바이오·제약 산업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려는 정책적 의도가 깔려 있다”며 “한국·유럽·중국 등 주요 생산국들은 이에 대응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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