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6월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러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전통적 북·중 우호선린 관계, 중·러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 등 쌍무적 협력 관계가 긴밀하게 결합됐다.
북·중·러 삼각 전략적 협력체제가 구축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구도를 송두리째 바꿔 놓음으로써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미·중 및 미·러 간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한·미·일과 북·중·러 간 신냉전 대결 구도가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2024년 6월19일에 체결된 북·러 신조약은 국제적 제재로 인한 봉쇄로 고립된 두 국가가 잠재적으로 공동의 적을 상정하고 전략적 군사협력에 초점을 맞춰 동반자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냉전시대의 동맹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 조약 제4조에 따른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은 다목적 포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국가 전략적 차원의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한반도 국제 정치의 판을 새로 짜고 싶어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제8차 당대회 이후 북한의 대외 전략은 이른바 ‘신냉전 구조 활용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작은 미·중 갈등을 활용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었다. 여기에 더해 러·우 전쟁이 발발하자 북한은 북·러 밀착을 가속화했다.
북한군 전투병 러시아 파병이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우선 대규모의 북한 정규군 전투병이 러·우 전쟁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 전쟁이 국제전으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북한군의 참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을 요구할 명분이 될 것이며,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요구 수위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전쟁의 성격이 국제전으로 변화하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개입 수위가 높아지고, 러시아의 핵공격 위협이 가시화된다면 러·우 전쟁은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전개될 우려가 있다.
북한군의 파병은 북한과 러시아가 반미 전선에서 함께한다는 명백한 신호이자 러시아가 건설을 공언한 탈(脫)서방 유라시아 안보 구조의 핵심국가 가운데 하나가 북한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극 질서하의 반미 혹은 탈서방 진영에서 북한의 위상과 역할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바, 북한의 외교적 고립 탈피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러시아·중국·북한·이란 등 4개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대한 공통된 반감을 바탕으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것이며, 이슬람주의로부터 공산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념을 가진 이들 새로운 악의 축 4개국은 기존 국제질서에 대해 공유하고 있는 증오감을 바탕으로 일종의 전략적 거래주의를 형성했다.
이는 비공식 핵 능력 국가인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기정사실화 및 국제 비확산 체제의 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미 러시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추가 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한에 적용하는 ‘비핵화’는 의미를 상실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로써 러시아는 이미 북한의 핵개발을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북·러 신조약에서 약속한 평화적 원자력 협력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더구나 러시아는 러·우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비핵국가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공언함으로써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러시아가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상정해 보면, 인명 살상을 노리지 않는 위력 시위나 우크라이나 군사 표적에 대한 공격, 나토에 대한 핵공격 등이다. 핵 억제력은 임박한 죽음의 두려움과 핵공멸의 위협에 기초한다. 궁극의 보검인 핵무기가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언제든지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저강도 재래식 갈등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북한군 전투병 파병은 한반도 문제와 러·우 전쟁의 직접적 연계를 의미한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레버리지가 강해진 상황에서 북·러 밀착의 직접적 효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한·미와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첨단 군사기술 분야에서 북·러의 협력이 심화된다면 이는 동북아는 물론 한반도의 안보 지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은 전쟁의 성격 변환은 물론이고, 국제안보질서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우려가 크다. 북한 전투병의 파병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적극적으로 경고하는 한편, 북·러 협력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우려와 한계선(red line)을 제시하여 러시아의 선택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NPT에서 핵무기 보유를 공식 인정한 P5 국가(Permanenet 5·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로서 러시아의 국제적 책임을 강조하여 핵무기 등 첨단 군사기술 이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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