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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동면 수남리에 추진 중인 초대형 지정폐기물 매립장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환경오염 우려를 넘어서 주민 간 신뢰가 무너지고 마을 공동체가 분열되는 현상이 현실화되면서 사회적 후유증이 깊어지고 있다.
매립장 건립 반대 입장인 제보자 최모씨는 “사업시행사인 천안에코파크(주)가 마을을 갈라치기하며 일부 주민을 앞세워 동의서를 금전으로 매수하고 있다”며 “금강유역환경청과 천안시는 인허가와 관련된 모든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 씨가 제기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역 공동체의 붕괴다. 실제로 일부 주민들이 100만 원을 선지급받고 동의서에 서명했으며 인허가가 나면 추가로 수천만 원을 지원받는다는 조건이 알려지면서 마을은 찬반으로 양분됐다. 단체관광을 찬성 주민만 참여하도록 기획하거나 마을 회의장에서 말다툼이 빈번해지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남리 매립장은 사업면적 38만㎡, 매립면적 20만㎡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총 669만㎥에 달하는 지정폐기물과 일반 사업장폐기물을 30년간 매립할 계획이다. 매립장은 상부 4단, 하부 6단 구조의 돔형 시설 4개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는 축구장 28개를 합쳐 놓은 수준이다. 주민들은 해당 부지가 서림산 자락 해발 310m 고지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에는 지하수원과 저수지 6곳, 오창저수지 등이 인접해 있어 침출수 유출 시 금강 유역 전반에 환경오염이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수남리와 인접한 충북 오창, 진천 문백면 등 30개 마을 주민들도 연대 서명에 동참하며 사업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매립장 반대 주민은 “금강유역환경청이 현재 진행 중인 환경영향평가가 축소·은폐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형식적인 설명회와 주민 배제 절차는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열린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에서는 찬성 주민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행사에 맞서 반대 주민과 환경단체 150여 명이 집회를 열며 맞불을 놓았다. 현장에는 경찰 병력도 투입돼 충돌에 대비하는 등 설명회가 사실상 충돌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천안에코파크 측은 “반경 2km 내 4개 마을과 협약을 체결했고, 발전기금 등을 통해 적법하게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며 “충남 지역의 안정적 폐기물 처리 기반 마련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특히 “전국 매립시설의 잔여용량이 빠르게 소진되는 상황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조성되는 국내 최고 수준 시설”이라고 사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주민을 돈으로 회유하고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방식으로는 어떤 정당성도 확보할 수 없다”며 “지금 이 사안은 더 이상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신뢰의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천안시는 “매립장이 지역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환경영향평가 심의 절차에서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지역사회에서는 “한 번 무너진 공동체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절망감이 커지고 있다.
지정폐기물 매립장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환경 논쟁을 넘어 지역공동체의 해체와 갈등의 심화라는 사회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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