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내 마일리지”… 도무지 쓸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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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항공권 ‘극소수’… “일부러 제주도 가야 하나”
마일리지 올해 만기… ‘울며 겨자먹기’ 마일리지 소진
쓸만한 곳은 제휴 끊겨 고민… 마일리지샵은 ‘품절 대란’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8 12:50:48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마일리지를 둘러싼 논란이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3조 원이 넘는 양사의 마일리지를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하면서다.

28일 커뮤니티·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따르면 항공사 마일리지가 소멸하는 연말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연말엔 마일리지 소진 대란이 늘 반복됐지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연장됐던 마일리지도 올해를 끝으로 만기되기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항공사 마일리지를 소진할 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양대 항공사도 마일리지 소진할 상품들을 내놓고 있지만 소진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합병을 추진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이연수익은 각각 2조5542억 원·9819억 원이다. 양사의 미사용 마일리지를 합치면 3조5000억 원 이상이라는 의미다.

소비자들은 마일리지를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매하거나 각종 상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한다. 하지만 마일리지 보너스 항공권은 극히 일부만 풀리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에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배경에 대한항공은 연말연시에 김포~제주 노선 일부 시간대에 마일리지로 우선 발권할 수 있는 특별기를 운영할 예정이다. 마일리지 소진을 위한 조치로, 구체적인 일정은 내달 28일과 30일 및 내년 1월1일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내달 2~15일 동안 매일 김포~제주를 오가는 노선 4편씩 총 56편의 잔여석을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는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내놓은 항공권의 경우 마일리지 소진을 위해 일부러 제주도 여행을 계획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불편함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가 맺은 제휴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구매해 마일리지를 소진하자니 마일리지의 가치가 항공권을 구매할 때보다 떨어져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마일리지 소진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마일리지 샵이나 제휴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려 해도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만기를 앞두고 마일리지 소진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9월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마일리지 제휴사인 이마트·CGV·소노호텔앤리조트·에버랜드·캐리비안베이·모두투어·위클리딜즈 등 7곳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를 대체할 전용 쇼핑몰을 추가로 열었지만, 품목 수가 적고 거의 항시 품절 상태라 소비자의 선택권이 크게 제한받고 있다. 제휴 상품을 판매하는 ‘OZ마일샵’도 44가지 품목 중 41가지가 품절인 상황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대한항공과 합병을 앞두고 사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양사가 통합되면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의 현금 가치가 얼마로 책정될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빠르게 소진하려는 영향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선 “1만 마일도 넘는데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 “유효기간 만료될 때까지 버티는거냐” 등의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더라도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운용 방식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합병 이후 2년간은 아시아나항공을 별도 자회사로 운영하기 때문에 2년간은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 기간에 소진되지 않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전환율은 추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