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은행권 경영관리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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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지주 이사회 의장들 간담회 열고 경영 취약점 및 현안 논의
단기성과 중심 문화, 이사회 기능 강화 필요성, 준법의식 확립 지적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8 11:40:00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 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감독·검사 과정에서 파악한 은행 지주의 경영상 취약점을 공유하고 내년 은행 지주가 당면한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원장이 13일 홍콩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금감원과 금융권 공동 홍콩 투자설명회(IR)’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지주 경영 관리상 취약점으로 은행권의 단기성과 중심의 경영 문화를 꼽으며 중장기적인 혁신 노력에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경영상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리스크관리·내부통제 기능 형식화 등을 막기 위해 이사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은행 지주(KB·신한·하나·우리·NH·BNK·DGB·JB)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그간 감독·검사 과정에서 파악한 은행 지주의 경영상 취약점을 공유하고 내년 은행 지주가 당면한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고객 자산관리·자산운용·금융포용 등 장기적 관점에서 소비자와 함께 성장하기보다는 △고위험 금융투자 상품 판매 △부동산 담보·보증서 대출 위주의 여신 △점포·인력축소 등 비용 절감 방법으로 단기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해 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가계대출 중 주택관련대출 비중은 2021년 말 69.1%에서 2022년 말 71.4%, 2023년 말 73.4%, 올해 9월 말 75.2%로 매년 급증했다. 기업대출 중 부동산업종 비중은 2021년 말 17.7%에서 9월 말 18.1%로 0.4%p 늘어났고 중소기업대출 중 담보·보증 비중은 2021년 말 78.5%였으나 9월 말에는 80.7%로 2.2%p 올라갔다. 그에 반해 국내은행 점포 수는 201년 말 6121개, 2022년 말 5831개, 작년 말 5747개, 9월 말 5690개 지속 감소 추세다.

이 원장은 “고객 보호·내부통제 기능이 약화하고 이익 규모에 맞는 사회적 역할 이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대외적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제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미래지향적인 중장기 전략과 혁신 노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 확보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사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해외 진출·자회사 인수 등 은행 지주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업무 집행 과정에서 이사회의 감독 기능이 미흡하게 작동될 시 형식적인 리스크관리, 단기실적 위주의 문화 공고화 등 여러 우려 사항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원장은 “이사회의 감독 기능이 미흡하게 작동될 경우 회사의 리스크관리‧내부통제 기능이 형식화되고 경영진 권한 집중 및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 관행이 공고화될 소지가 있다”며 “작년부터 지속해 온 지배구조 선진화 노력 취지에 맞춰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강화라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이사회 차원의 관심과 노력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온정적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구성원의 윤리 의식을 저하해 금융사고를 지속하는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다. 금융사고 보고 지연·은폐 또는 내부고발 억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 원장은 “반복되는 위규행위에 대한 징계 강화, 귀책 직원에 대한 엄정한 양정기준 적용 등 준법‧신상필벌 강조의 조직문화가 확립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큰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했다.

“지주 회장 내부통제 점검해야”

내년 은행 지주가 당면한 현안과 관련해서는 내년도 경제‧금융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해 철저히 대비할 줄 것을 주문했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내수 부진 등에 따른 성장률 둔화, 정책기대 변경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등 경영환경이 여전히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이 원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은행 지주별 상황에 맞는 장기적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동시에 불확실성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내년도 그룹 경영계획 심의시 자회사들의 리스크 익스포져 관리, 조달‧운용, 자본관리 계획의 적정성 등을 면밀하게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그룹 차원의 가계대출 취급계획이 명목 GDP 성장률 내에서 자회사 리스크‧자본관리 계획을 고려해 수립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하고 중기‧소상공인 자금공급 여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은행 등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책무구조도 시행으로 지주 회장이 그룹 전체 내부통제의 총괄책임자로서 자회사 내부통제의 작동 여부까지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도 짚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실효적 작동을 위해 지주 회장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총괄책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적극적인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해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