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 위협’ 우크라 발 묶으려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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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尹대통령 ‘우크라 특사단’ 접견… 무기 지원되나
러시아 2인자 “한국, 우크라에 무기지원시 돌이킬 수 없어”
“미국 및 한국 등 우크라 무기 지원 중단 시키려는 속내”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8 13:25:34

러시아 ‘핵 리스크’가 점입가경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핵 사용 문턱을 낮추겠다며 ‘핵 교리(핵 사용 규정)’를 규정했다. 그 측근은 러시아 핵기술 이전 까지 예고하자, 대상국이 북한일 것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린다. 우크라이나의 미국 미사일 공격에 러시아가 ‘핵 카드’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우크라이나 정부 특사단을 접견했는 데, 한국 무기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강한 반발과 핵리스크 위협의 실체를 분석해 봤다.

28일, 연일 핵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러시아의 속내에 대해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스카이데일리에 “미국·영국 등이 중·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전술 탄도 미사일·전술 지대지 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도록 허가했다”며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사일 위협이 상당해지자 푸틴 대통령이 핵 교리 개정을 전격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두 실장은 “푸틴 대통령은 ‘핵 위협’으로 서방 세계의 무기 지원 중단 압박과 억제력 강화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등에 대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뒤 19일부터 20일까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향해 미국 에이태큼스(ATACMS)와 영국의 ‘스톰 섀도(STORM SHADOW)’를 쏘아올렸다.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푸틴 대통령은 19일 핵교리 개정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교리는 당일부터 즉각 발효됐다. 앞서 러시아는 8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를 공격하자 ‘핵 교리 개정’을 선언했는 데 이번에는 실제 핵 교리를 바꿔 핵 위기를 고조시킨 것이다. 기존 핵교리는 적국으로부터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공격을 받거나, 러시아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 등에만 핵무기를 쓸 수 있도록 규정했다.

새로 개정된 핵교리에는 러시아와 동맹국인 벨라루스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다고 규정해 핵사용 문턱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다. 이오 함께, 푸틴 대통령은 21일에는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지역의 산업단지를 겨냥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러시아의 우리 정부를 향한 위협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변수가 생기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에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155㎜ 포탄 및 방공시스템 지원 등이 거론되자 러시아 측이 맞불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24일 (현지시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 “한국은 러시아 국민을 살해하기 위해 한국산 무기가 이용될 경우, (한-러) 양국 관계는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2인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같은 날 “미국의 적들 가운데 누구에게 핵기술을 넘겨줄지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두 실장은 “우크라이나 특사단이 무기 지원 협의를 하며 국제사회에 무기지원 관련 여론을 강화할 경우 결국 무기지원으로 이어질 수 밖다”며 “러시아가 먼저 무기지원을 막기 위한 밑작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에 이어 군사정찰위성을 고도화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사출 능력·3000톤(t)급 이상 원자력 잠수함 능력이 김정은 ‘버킷 리스트”라며 “핵 기술과 같이 민감한 기술까지 이전하게 됐을 때 이제 미국을 포함한 유럽 전체가 러시아·북한을 표적으로 둘 수 있어 매우 민감할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푸틴 핵 위협의 실현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다. 박 교수는 “러시아가 핵기술을 북한에 넘기거나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핵 보유 5개 국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핵확산방지조약(NPT)이라는 국제질서에 대해 명백히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며 “모스크바가 함락당하는 등의 중요한 변수가 있지 않다면 위협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러시아의 최근 핵 위협 의도에 대해 박 교수는 “러시아는 트럼프 재선과 동시에 현 전선을 유지하고 쿠르스크 지역을 확보하며 전쟁 종식을 도모할 것을 계산했을 텐데, 바이든 행정부가 에이태큼스 사용을 풀어버리고, 한국에서 무기 지원 이야기가 나오며 계산에 변수가 생기자 ‘핵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2전날 우크라이나 정부 특사단을 접견하고 양국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대통령실은 향후 북한의 러시아 파병, 러·북 간 무기와 기술 이전 등에 대한 정보를 계속 공유하면서 우방국들과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9월 대통령실은 ‘북한군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전투 개시’를 기점으로 단계적 대응 조치로서 무기 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방어용 무기부터 지원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상황이다. 외교가에서는 특사단이 윤 대통령 접견 자리에서 155㎜ 포탄 및 방공시스템 등 무기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