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미용을 무좀치료로 속인 의사 보험사기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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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보험사기 설계·주도하고 브로커 환자 유인, 직원 허위서류 발급
환자들 병원서 받은 허위 진료기록으로 보험금 청구해 10억 원 편취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03 12:00:00

▲ 3일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경찰이 피부미용 시술을 도수·무좀치료로 둔갑해 실손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로 의료진·브로커·가짜환자 270여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미용시술을 도수치료·무좀치료로 속인 진료기록으로 보험금 10억 원을 편취한 보험사기를 적발했다.

3일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부산남부경찰서가 피부미용 시술을 도수·무좀치료로 둔갑해 실손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로 병원 의료진·브로커·가짜환자 270여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5월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입수된 다수의 제보를 토대로 관련 조직형 보험사기 기획조사를 실시해 경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사건 주요내용을 보면 방송 출연, 유튜브 채널 운영 등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의사 A는 실리프팅·필러·보톡스·물광주사·리프팅레이저 등 피부미용 시술비용을 실손보험으로 충당하는 범행 수법을 설계하고 가짜환자 유인, 허위 진료기록 작성 등 조직적인 보험사기를 주도했다.

환자가 피부미용 패키지를 결제하면 금액에 맞춰 과거 도수‧무좀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서류를 일괄 발급하고 ‘서류 끝’으로 메모해 관리했다. 예컨대 환자가 1050만 원의 패키지 상품을 결제하면 무좀 25회(20만 원×25회=500만 원), 도수 22회(25만 원×22회=550만 원)로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하는 식이다.

환자가 과거 다른 병원에서 치료했던 날짜에는 허위 진료기록이 발급되지 않도록 의사 A는 ‘타병원 날짜 확인하고 (허위서류) 내리기’ 등으로 메모해 병원 직원들에게 서류 발급을 지시했다. 심지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요령 및 표준 문안을 환자에게 매뉴얼로 배포하기도 했다.

브로커 10여명은 고가의 피부미용 시술비용을 실손보험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현혹해 가짜환자을 병원에 알선하고 의사 A로부터 환자 결제 금액의 약 20%를 수수료로 받았다. 브로커 B가 두 달간 환자 22명을 알선해 수취한 수수료 대가 3900만 원(매출 2억2000만 원)이었다.

병원 직원들은 환자의 실제 미용시술 기록과 허위의 도수‧무좀치료 기록을 별도로 구분하기 위해 이중으로 진료기록을 운영했다. 병원에 방문한 적 없는 의사 지인에게는 허위 진료기록만 발급하고 가짜환자 간 적립금 양도, 가족 등 타인 명의의 서류 발급 등 다양한 행태로 허위 서류를 발급했다. 일부는 환자를 유인하고 환자가 병원에 결제한 금액의 3~5%를 급여 이외 인센티브로 받았고 병원에서 발급받은 허위 진료기록으로 직접 보험금을 편취하기도 했다.

환자 270여명은 병원 의료진 및 브로커의 권유에 현혹돼 고가의 피부미용 시술을 받았음에도 허위로 발급된 진료기록 등을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 10억 원을 편취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를 주도한 병원·브로커뿐 아니라 동조‧가담한 환자들도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으므로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보험계약자들에게 당부했다. 처벌 수위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금감원은 “보험사기는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을 통해 사회 안전망으로서 기능해야 하는 보험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선량한 다수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인상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민생침해 금융범죄이므로 금감원과 경찰청은 보험사기 척결을 위해 적극 공조해 나갈 것이다”고 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