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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주가가 폭락했다. 시장가 및 공개 매수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유상증자를 결정한 탓에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내세운 명분이 크게 훼손됐다.
고려아연은 30일 임시이사회에서 일반공모 증자를 의결했다. 총 모집주식 수는 373만2650주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소각 대상 자기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수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실시한 이유에 대해 “국민을 상대로 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적대적 M&A와 기술 유출·국가기간산업의 해외 매각 등을 방지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을 보고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발행가액을 67만 원으로 공시하며 고려아연 주가 폭락과 더불어 비판 여론이 커졌다. 30일 오전 11시 기준 146만4000원까지 올랐던 고려아연 주가는 30일 낮 12시 108만1000원으로 떨어졌고 31일 장 시작과 동시에 86만4000원까지 떨어지며 유례 없는 대폭락을 기록했다. 이후 주가가 다시 오르며 31일 오전 11시30분 기준 100만 원대를 회복했으나 여전히 유상증자 발표 전과 차이가 크다.
여기에 고려아연의 계획대로 유상증자를 진행할 시 향후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 지분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주가치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MBK·영풍은 유상증자 공시 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고금리 차입금으로 주당 89만 원에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해 회사에 막대한 재무적 피해를 입히고 그 피해를 이제 국민의 돈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며 “회사에 피해가 가든 주주가치가 희석되든 최 회장 머릿속에는 오로지 자신의 자리 보전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는 것이 오늘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당시 MBK·영풍이 제시한 고려아연 주당 83만 원은 각 회사의 적정가치 대비 충분히 높은 가격이라는 이유로 추가적인 가격 경쟁은 기업가치 훼손이라는 이유로 매수가를 높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려아연은 MBK를 경쟁력 있는 기업을 헐값에 사들이려는 기업사냥꾼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가격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고려아연 주식의 가치가 공개매수가나 현재 주가보다 더 낮다는 신호를 준 꼴이 됐다.
MBK·영풍와 고려아연이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는 가운데 MBK·영풍 측 주장이 힘을 얻게 된다면 향후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MBK·영풍을 지지하는 주주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고려아연 측이 명분을 잃은 만큼 고려아연 주식 7.48%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고려아연은 이후 보도자료를 배포해 “공시에 기대된 신주 1주당 예정 발행가액 67만 원은 추후 투자자 및 주주들이 청약시에 적용되는 확정 발행가액이 아닌 일종의 추정가일 뿐이다”며 “실제 확정 금액은 일반공모 청약일 전 제3거래일부터 제5거래일까지의 가중 산술 평가 주가를 기준 주가로 해 할인율 30%를 적용해 최종 확정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장가와 공개매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은 변하지 않는 만큼 고려아연에 대한 비판 또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금감원)이 고려아연 유상증자·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현장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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